백남준아트센터와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이하 ZKM)가 함께 기획한 «오픈코드»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디지털 코드로 된 세계로 성찰하는 전시이다. 정보 전달에서부터 사람과 물자의 수송, 디자인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되고 로직에 의해 실행되는 코드에 따라 움직인다. 이로써, 코드의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능력은 디지털 문해력과 더불어 지구적 규모의 연산이 이뤄지는 시대에 필수적인 자질이 되었다.
디지털 코드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이 전시는 둘 이상을 매개하는 미디어로서 컴퓨터 언어에 주목하는 동시대 작가들과 함께 매끄러운 화면 너머 다른 장면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축된 세계를 매일 마주하면서도 표면에만 머물렀던 사용자 경험에서 벗어나, 컴퓨터 코드의 본질과 창의적 속성을 새롭게 감각하기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코드를 기반으로 한 예술 창작, 배움과 논의가 한데 일어나도록 설계한 전시 공간에서 관객의 참여는 전시를 구성하는 주요한 네트워크가 된다. 특히, 디지털 소외와 양극화, 플랫폼 노동 등 팬데믹으로 세계의 표면 아래 감춰진 문제들이 드러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술 매개와 지식 공유 양식을 바꾸어 놓은 지금, 백남준아트센터의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은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공유지의 가능성을 향한 전시이자 교육 실험이다.
«오픈 코드»는 2017년 독일 ZKM에서 시작되어 인도, 스페인, 중국, 멕시코 등 여러 기관에서 현지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확장해 왔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사유에서 출발하여, 사회의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태계의 일부이자 공유지로서 미술관에 대해 지난 수년간 실천한 연구를 바탕으로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