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입장을 표명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전략이다. 우리는 웃음으로 구현되는 농담을 통해 전복적 움직임을 은유적으로 표명할 수 있다. 또한 유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통념이 정해 놓은 것들을 자유롭게 해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의, 조롱, 모순, 해방, 파괴 등의 제스처를 담은 우스갯짓은 사회의 현상과 전통적 가치에 대해 균열을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웃어» 전시는 사회의 전통적 가치와 예술 제도에 도전한 플럭서스와 백남준을 유머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플럭서스는 유럽과 미국에서 1950년대 후반에 태동한 파격적 예술 네트워크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연합과 해체를 거듭하며, 전통적인 고급예술의 경계에 도전했고, 대중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다. 1960년대 격변하는 사회에서 플럭서스는 혁명적인 예술흐름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도전을 지속했다. 예술과 사회의 문제들을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다룬 플럭서스의 중심에 백남준이 있었다. 비디오 아트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그가 선보였던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퍼포먼스는 플럭서스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백남준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신체를 매체로 활용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리를 조합하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선문답과도 같은 지시문들로 질문을 던졌다.
이 전시는 플럭서스를 통해 백남준을 바라본다. 플럭서스가 보여주었던 경계의 해체, 자유로운 연대, 사회적 금기에의 도전, 사회정치적 개입, 고급예술에 대한 반격 등은 백남준의 예술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백남준은 짜여진 틀이나 규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지속하고, 진지하고 혁명적인 사유를 유쾌하게 제안했다. 이렇듯 제도, 규범, 통념을 받아치는 백남준식 웃음의 반격을,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접하는 태도로 한번쯤은 차용해 봄 직하지 않을까.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유머는, 웃음은 적어도 숨통을 틔우는 데 분명 도움이 될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