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는 2018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로 작가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을 선정하였다.
본 예술상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홍희는 “트레버 페글렌은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매체를 활용하여 군사와 정보 조직의 비밀스러운 감시 장비를 암시적으로 노출하는 작가이자, 철저한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을 추상적 칼라의 형식적 탐구로 시각화하면서 정치와 미학을 결합시키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하는 작가” 라고 평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트레버 페글렌의 개인전 《기계비전》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세계를 확장해 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전시의 제목 《기계비전》은 사람을 위해 이미지를 생성하였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가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기존에 인식해왔던 사물, 감각,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주입하고 조합하여 새로운 형상을 재탄생하게 한다.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기괴하고 흉측하게 보여서 마치 괴물이나 유령처럼 섬뜩하다. 이렇게 생산된 결과물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기술이 우리가 원했던 세상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감시와 통신 시스템, 인터넷 연결망의 집결지(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런던)와 군사기밀 목적으로 설림된 정보국 건물 등을 촬영한다. 이러한 권력이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가능하게 되었음에 주목하고 내부에 비밀스럽게 존재하는 권력시스템을 직시한다.
페글렌은 그의 <작동하지 않는 위성>을 통해 우리가 상상해왔던 우주에 대한 생각들을 떠올려보기를 원한다. 인공위성 발사를 작가의 순수한 예술 작업으로 실현하는 페글렌은 그의 작업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통하여 여전히 우리에게는 신비로운 우주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 작업을 “불가능한 사물들” 이라고 묘사한다. 그가 실현한 인공위성은 상업적, 군사적인 기능을 실행하지 않으며 대신에 잠시 인공적인 별이 되어 순수한 기쁨과 신비로움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작업을 ‘디지털 세계의 숨겨진 풍경과 금지된 장소에 대한 지도’ 라고 말하는 페글렌은 고성능 옵틱스 망원렌즈를 사용하거나, 스쿠버다이빙으로 100피트 깊이의 해저를 직접 탐사하면서 원거리 우주, 심연 풍경 등을 촬영한다. 군사기밀 기지, 감옥 등 숨겨진 장소, 또는 인공지능, 케이블, 스파이 인공위성 등, 인간 지식의 보고인 디지털 세계의 데이터가 모여 있는 장소들을 포착하면서 보이지 않는,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지점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지도를 재편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