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ibor Martinis, Sanja Iveković, Interview with Paik in Zagreb, 1993
《불연속의 접점들》은 2026년의 문을 여는 첫 전시로, 백남준아트센터와 자그레브 현대미술관의 오랜 협력 속에서 만들어진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예술과 불연속적으로 접점을 만들고 공명하는 크로아티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백남준의 예술과 크로아티아의 예술은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하지만, 예기치 않은 접점과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내고 피드백의 장을 형성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뉴 텐던시(새 경향)’ 운동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다. 1960년대 초반에 등장한 뉴 텐던시는 당시 진보적인 예술 이론과 실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역동적인 국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뉴 텐던시는 전통적인 미술의 해체와 새로운 매체에 대한 실험에서 시작되었으며,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강조하고 예술을 하나의 ‘연구’ 행위로 규정하며 기술 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미디어 아트와 초기 컴퓨터 예술의 중심지가 된 자그레브를 기반으로 뉴 텐던시는 전 세계의 예술가, 이론가, 기술자들을 하나의 독특한 협업 정신 아래 모이게 했으며, 특히 컴퓨터와 알고리즘으로 예술의 방법론을 확장하고 오늘날 미디어 아트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크로아티아 미디어 아트의 또 다른 중요한 국면은 1970~80년대의 실험적 비디오 실천을 통해 전개된다. 이 시기 작가들은 비디오와 퍼포먼스, 그리고 신체와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했다. 이들의 작업은 비디오 고유의 기술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상 매체를 새로운 사유와 비판의 장으로 열어 놓았고, 관객이 작품을 바라보고 참여하는 방식에 새로운 전환을 제시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유고슬라비아의 해체와 함께 전쟁과 경제 붕괴를 경험한 크로아티아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은 이전과는 다른 제도적 환경과 예술적 언어, 비판적 담론을 마주한다. 이들이 접한 첨단 기술 환경과 분야를 넘나드는 작업 방식, 비판적 미디어 실천은 이후 크로아티아 미디어 아트의 전개와 국제적 확장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들은 “관객이 어떻게 보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하여, 비디오 매체의 특성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화면 경험을 제안한다. 2000년 이후 크로아티아의 동시대 미술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모색하며, 관객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이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더 이상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과 데이터에 따라 변화하고 살아 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이처럼 전시는 크로아티아 미술의 흐름을 따라가며, 백남준과 크로아티아 미디어 아트가 공유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뉴 텐던시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관심, 작품과 관객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에서 공통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1970년 후반에는 이러한 공통의 관심이 더욱 구체적인 만남과 교류로 이어져, 크로아티아 작가들과 살아있는 사유를 나누는 동시대의 인물로 인터뷰에 등장한다. 초기의 우연한 접점들은 점차 지속적인 예술적 관계와 네트워크로 발전한다. 평행선에서의 출발과 직접적인 교류, 다음 세대로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층위의 시간을 따라간다. 기술의 실험과 관객에 대한 사유, 그리고 우연한 접점에 열려 있는 태도는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불연속의 접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