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K 방송국, 〈일요미술관〉, 1984
“여기 열두 개의 달이 있죠?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백남준, 〈비디오 갤러리 Ⅲ〉 인터뷰, 1976
백남준의 2025년 개인전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백남준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하는 시간을 다루는 전시다. 전시의 중심에는 백남준의 지난 인터뷰 영상이 있다. 친절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백남준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면서 시대적으로 낯선 장르였던 비디오 아트를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비디오를 그림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하고, 묵묵히 전자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백남준은 비디오가 다른 예술과 달리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 주목하며 시간에 관한 이야기와 글을 이어 나갔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다양하다. 쏜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도 있지만 단 몇 초가 영겁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백남준은 이것을 두고 ‘라이브’ 삶에서는 인풋 타임과 아웃풋 타임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비디오는 이러한 시간의 속성을 경험하기 좋은 재료다. 1964년에 백남준이 처음 제작한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밤하늘의 달을 촬영하여 재생한 비디오가 아니다. 흑백 텔레비전에 전자석을 부착하여 전자빔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방식으로 달의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내용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일종의 추상적 시간을 경험할 뿐이다.
음악과 텔레비전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각자의 시간 앞에 오롯이 놓여 있다. 몽타주처럼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지만, 각 작품에서 다르게 흐르는 시간을 비교하며 시간의 다채로운 방향성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 내용이 없는 추상적인 시간, 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과 여러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 비디오테이프의 빨리 감기와 되감기, 플러스 시간(기억)과 마이너스 시간(망각)이 흐르고 있다.
전지적 백남준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