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의 시작을 알리는 라재혁의 《나로부터 몇 인치 떨어져서》를 8월 15일부터 9월 10일까지 선보인다. 작가는 전시를 뮤지엄숍과 카페테리아와 같은 일상 공간에서 작품 감상을 예상하지 않은 관객과 소리가 우연히 만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작가가 설계한 소리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소리는 주변 소음과 함께 존재하고 소음의 수준이 일정한 크기를 넘어서면 변하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소리 인지를 확장하는 ‘차폐(遮蔽)’라는 개념은 숨김을 통해서 다른 한쪽을 드러나게 하는 원리에 근거한다. 라재혁은 이 차폐 현상을 작곡의 재료로 삼아 음악과 일상의 경계에서 실험하고, 곡의 연주를 설계한 작곡자와 실제로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작가소개
독일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라재혁은 2016년부터 작곡가와 관객 사이 발생하는 감상의 틈을 줄이기 위해 소통을 다루는 <갭> 연작을 발표해 왔다. 또한 2018년 차폐 현상의 연구를 토대로 작곡한 <귀머거리>와 2019년과 2021년에 <야바위> 연작을 선보였다. 이외 주요 작품으로는 2018년 <조회수:3,144,―,―>, 2019년 <길거리에 서서>, 2021년 <쥬테>, 2022년 <나눔> 등이 있다.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
‘랜덤 액세스’라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백남준이 자신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작품에서 비롯하였다. 〈랜덤 액세스〉는 마그네틱 오디오테이프를 릴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마그네틱 재생헤드로 자유롭게 테이프를 긁어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랜덤 액세스〉에서 찾을 수 있는 즉흥성, 비결정성, 상호작용, 참여 등을 키워드 삼아 백남준의 예술을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한 전시를 선보여왔다. 2023년 새롭게 선정된 6명(팀)의 작가들과 함께 백남준아트센터는 미술관이 백남준의 실험 정신과 현대예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을 이어간다.
나로부터 몇 인치 떨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