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소개
백남준아트센터는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전시와 연계하여 참여작가들의 활동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 언메이크랩이 기획자 강민형과 진행한 포킹룸 2023 <프롬프트 아드레날린>의 리서치랩을 초대한다. 챗 GPT(ChatGPT), 달리(DALLE-2) 등 프롬프트 기반 거대 생성 인공지능에 대한 무수한 소문과 환호, 우려의 한복판 속에서 진행된 비판적 연구를 5명의 리서처와 함께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프로그램 소개
‘가지치기 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포킹(Forking)은 오픈 소스 문화에서 기술이 분기되는 과정을 말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실행의 모형으로 둔 포킹룸은 예술-기술-사회의 접면에서 일어나는 현상, 감각, 문화정치적 의미들을 전시, 워크숍, 토크, 저널 등을 통해 다루어 온 플랫폼입니다.
포킹룸은 올해 ChatGPT, DALLE-2 등의 거대 생성 인공지능에 주목하였습니다.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촉발되는 이 인공지능들은 합성 미디어의 시대를 열며, 새로운 현실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치 몸에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아드레날린처럼 포킹룸은 이 프롬프트 기반 거대 생성 인공지능에 기민하게 반응한 감각들을 비평적으로, 그리고 스스로의 관점으로 모은 리서치를 발표합니다.
김승범은 현재의 기술 지형을 전단지 카탈로그의 관습으로 꿰어 보며 그것에서 메타적 접근의 가능성을 바라봅니다. 고아침은 AI기술을 견인하는 힘들이 가리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나림은 교육에서 이러한 기술들이 수용되고 있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제기합니다. 도혜린은 이러한 자연어 기반 AI가 가질 수 있는 언어적 권력과 그것의 해방의 가능성에 대해, 오석화는 창작의 문제와 관련해 이러한 기술이 확률에 따라 결과를 뱉어낸다는 시선에 질문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던진 질문을 바탕으로 이 주제 사이를 연결하며, 공통의 지식 생산 플랫폼으로의 포킹룸을 다시 가지치기 해봅니다.
참여자 : 고아침, 김승범, 도혜린, 오석화, 이나림 x 포킹룸 (강민형, 송수연, 최빛나)
프롬프트 카탈로그
김승범
이것은 마치 마트 전단지(카탈로그)를 보는 경험 같다. 신문 사이 끼어있는 마트 전단지는 온갖 매력적인 수식어와 함께, 없던 필요도 부추기는 매체 였다. 불청객이면서 때로는 신문보다 흥미롭게 읽히기도 했던 마트 전단지의 관습으로 거대 언어 모델과 그 기반의 다양한 생성 AI를 바라보면 어떨까.**
김승범은 엔드 유저를 위한 (혹은 의한) 컴퓨팅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메타미디어로서의 컴퓨팅이 일상의 리터러시가 되어 개개인이 사유하고 표현할 때, 우리 문화와 사회를 채우고 있는 기술 매체에 대해 다르게 읽고 생각할 계기와 맥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코티솔 프롬프트
이나림
아드레날린처럼 솟구치는 ChatGPT에 대한 관심과 기대, 교육 혁신에 대한 요구, 빠르게를 외치는 산업계, 기술에 내재한 비윤리성, 답을 내릴 수 없는 고민까지, 스트레스가 만연하다. 코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지만 적절히 분비되면 집중력을 높이고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생성 AI를 교육에서 코티솔과 같은 것으로 불러올 수 있을까.**
이나림은 예술, 디자인, 기술이 만나는 어딘가에서 작가이자 강사로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빛, 삶, 저항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왔으며 공연, 연구, 목공에도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누가 어떤 현실을 촉발prompt하려 하는가?
고아침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 AI의 본격적인 상업화는, 그간 잘 드러나지 않던 세계관의 충돌마저 전면으로 드러낸다. 인공지능 기술과 담론을 견인하는 이들이 각각 어떤 현실을 촉발하려 하는지, 그 담론들이 가리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고아침은 인공지능 윤리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구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하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양가적 심정을 조율하며 사는 법을 고민한다. 기술이 한국 사회, 나아가 전 지구적 네트워크와 만나는 양상에 관심이 있다.
파파고의 반란
도혜린
프롬프트 기반 생성 AI들은 기계어를 자연어, 텍스트를 이미지로 매끄럽게 옮겨내고 재매개한다. 하지만 거대 언어 모델이 흉내 내는 텍스트 생성 과정 중 언어는 미끄러지기도 하고, 인간의 문화 속 권력 구조를 드러내거나 재생산, 혹은 은폐하기도 한다. 인공지능과의 소통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시대 속에 사회와 제도, 권력은 구조적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도혜린은 예술과 기술이라는 돋보기로 동시대 사회의 가려진 이면을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탈식민주의와 문화 번역의 실천으로서 인공 지능 예술 연구>라는 논문으로 예술학 석사를 졸업하였고, 다양한 미술관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를 만들거나 글을 쓰는 일들을 해 왔다.
언체인드 멜로디
오석화
작년 8월 카카오브레인의 인공지능 시아(SIA)가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을 낼 때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예술 창작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은 유효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이후로 무섭게 발전해 온 인공지능의 시작(詩作) 능력 앞에, 이 질문은 반전되어 우리의 쪽으로 넘어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 창작의 관점에서 우리는 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할까?**
오석화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였고 2020년부터 시를 발표해 왔다. 문학과 기술 사이에서 하염없이 흔들리며 어디에 이르게 될 지 스스로도 궁금해하는 중이다. 블로그에 종종 일지를 올리고 가끔 번역도 한다.
아드레날린 프롬프트 : 거대 생성 AI에 대한 질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