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홉 명(팀)의 작가가 있다. 넓은 시간 스펙트럼 안에 자리한 작가들의 작품 11점으로 구성된 신소장품전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는 사상 초유 미술관 휴관의 시대를 보낸 2020-2021년에 백남준아트센터가 수집한 작품들이다. 전시하고 교육하는 미술관의 문이 닫혀 있을 때, 인간과 인간의 직접 대면이 금지되는 ‘기이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언젠가 관객과 만나리라 기대하며 백남준아트센터는 동시대 미디어 아트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전시는 그 기간에 수집한 작품 전체를 보여준다. 정해진 키워드로 묶을 수 없는 다양한 주제의 범주와 작가 리스트를 지닌 이 전시는 특정한 시기에 포착되어 수집되었고, 기이하고 흥미로운 시간이 던졌던 여러 질문과 징후를 담고 있다.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백남준의 작품뿐 아니라 동시대 미디어 아트 작가와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린다. 또한 전통적인 ‘공간 예술’의 범주에 ‘시간 예술’을 편입시킨 백남준 예술의 지평을 확대해, ‘시간의 허리를 베어’ 낸 작품을 ‘소장’ 하는 일은 논쟁을 만들고 토론을 제기한다. 새롭게 소장한 작품들은 비디오,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로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형식 속에 ‘인간과 기계의 시간’을 다루고 특정한 역사적 시간에 대해 성찰하며, 비결정적이고 우연한 시간의 시(詩)적인 아름다움을 다룬다. 전시는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시간을 담은 이 소장품들이 완결된 것이 아닌 변이와 성장의 과정을 거치는 유기적인 것으로 상상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작품들의 이전과 이후를 살피면서 시간 작품의 변화 가능성을, 작품 너머 이야기를 퍼포먼스, 대화, 포럼으로 관객과 함께 논의한다. 이는 소장품전이라는 수집된 작품의 나열을 넘어 작품의 시간을 되짚고 앞서는 전시 실험이 될 것이다.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