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의 ‘미디어’ 아트는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매체, 절대다수가 획일적으로 대상이 되는 대중매체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기술적이고 사회적으로 ‘용도변경’ 하여 관계와 연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를테면,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 전시의 8-채널 무빙 파노라마 상영작 중 하나인 <키르키얀>(2006)에서 작가들은 델리의 키르키라는 지역에 수제 방송국을 세운 바 있다. 감시 카메라와 케이블 TV 시스템을 피드백 장치로 결합하고, 반경 200m 내 주민들이 이웃과 방송의 형태로 소통하도록 하였다.
지역사회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장소로서의 비디오, 폐쇄회로에 반대되는 ‘열린회로’ TV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카메라와 텔레비전을 향한 시선을 통해 ‘이웃’에 대한 감각을 재편하고, 인접한 이웃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하는 가운데 자율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하면서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를 새롭게 느끼도록 하는 작품이다. 인도의 큐레이터와 평론가인 랜지드 호스코코테와 낸시 아다자니아는 캠프가 매스 미디어와는 다른 ‘마이크로 미디어,’ 즉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미디어를 통해 키르키 주민들을 연결하였다고 평가하였다(NJP 리더 #1: 예술인류학에의 기고, 2010, p.19).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마이크로 미디어: 일대일 미니토크>에서는 이러한 ‘마이크로 미디어’의 개념을 빌려와,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관객 단 한 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관객의 관심사에 맞춰 작품에 관해 들려주는 시간이다. 한 명의 관객에게 오롯이 맞춰진 토크 안에서 큐레이터는 전시에 대한 관객의 관점을 배우고 발견하며, 관객은 보다 개인화되고 주도적인 전시 경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