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만남 시리즈 세 번째 상영은 백남준의 〈존 케이지에게 바침〉이다. 존 케이지는 백남준을 비롯한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미국의 현대 음악 예술가이다. 〈존 케이지에게 바침〉은 케이지가 추구했던 급진적인 음악 미학에 대한 존경을 담아 백남준이 케이지의 다양한 활동 모습을 기록한 비디오 작품이다. 백남준과 〈로봇 K-456〉의 거리 공연 《로봇 오페라》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백남준과 존 케이지의 만남을 되짚으며, 1972년 하버드 스퀘어에서의 존 케이지의 공연과 뇌파를 측정하는 퍼포먼스, 샬럿 무어먼의 퍼포먼스, 앨빈 루시에와의 인터뷰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존 케이지는 1952년 미국 뉴욕 우드스톡에서의 역사적인 공연 〈4분 33초〉를 ‘지루함을 즐기는 법’이라는 행사명으로 하버드 스퀘어에서 재연한다. 우연성과 무작위성에 기반한 그의 급진적인 음악 이론은 지나가는 행인의 웃음 소리와 자동차 경적 소리 뿐 아니라 퍼포먼스의 장소를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도 나타난다. 케이지는 뉴욕시의 맨해튼과 브롱스의 지도에 나온 거리의 수 981개를 『주역(周易)』의 64괘에 연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퍼포먼스 장소를 정한다. 백남준은 케이지의 공연과 퍼포먼스 중간에 〈TV 브라〉의 일부 등을 삽입하며, 케이지에게 자신의 예술 세계를 헌정했다.
백남준은 케이지와 협업자이자 동지로서 평생을 함께했다. 케이지는 우연이나 소음과 같은 요소들을 음악에 받아들이고,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사운드 작업을 하면서 소리의 확장을 위한 전자 미디어도 적극 수용하였다. 1992년 케이지가 죽자 백남준은 추모 글에서 케이지와의 만남 이전을 기원전(B.C. 케이지 이전), 케이지의 죽음 다음을 기원후(A.D. 죽음 이후)라고 적었다. 자신의 인생에 케이지가 끼친 지대한 영향을 표현한 것이다.
별들의 만남: 존 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