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 작곡가이자 사운드-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도 활동하는 그레이코드, 지인은 백남준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이 전시 중인 제2전시실에 또 하나의 전시 《WIWR: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약하게 반향하는》(11.7-12.3)을 열어 응답한다. 제목이 지시하듯 ‘상호작용’에 주목한 소리 설치는 전시 공간에 놓인 여러 개의 스피커가 하나의 공통된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잔향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백남준의 비디오에서부터 현장 소음까지 뒤섞인 전시 공간의 파동, 즉 공간에서 전파되는 진동이라는 변수에 주목해 “약하게 상호작용하고 약하게 반향하는” 계(系, system)를 모델링한다.
12월 2일, 전시의 클로징 이벤트로 예정된 라이브 퍼포먼스 <진동하는 미술관>은 제목 그대로 전시장의 진동을 전면에 드러내는 공연이다. 미술관의 벽과 천정, 바닥을 타고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소리로 전달하는 전시작 <WIWR>(2023) 감상 경험을 극대화하는 시도로, 서로 다른 소리의 반향을 시청각적으로 제시한다. 그레이코드, 지인이 지속해온 소리에 대한 연구를 신작 <WIWR>(2023)과 라이브 퍼포먼스로 공유하면서, 미술관의 관객과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소리를 수신하고 증폭하는 존재로 드러낸다.
작가소개
Photo: Bruno Destombes, INSCAPE x MUTEK
그레이코드, 지인은 전자음악 작곡가이자 아티스트 듀오이다. 공기의 진동, 소리의 음압 그리고 음악적 긴장과 이완을 작품의 언어로 활용하여 비가시적이지만 실재하는 현상을 소리로 분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을 만든다. 이들의 작업에서 주요한 재료인 스피커와 하드웨어 시스템은 악기로 기능하며 물리적 공간의 요소들과 공명한다. 작업을 매개로 감지되는 파장과 출렁임, 잔향은 청각뿐 아니라 시각, 몸의 경험에 관여하며 듣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자극한다. 2021년 개인전 《데이터 컴포지션》으로 출판한 서적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ZKM) 헤르츠랩과 남서독일방송국(SWR) 주최 ‘기가-헤르츠 어워드’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2018년 일본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 인터랩, 체코 런치밋 페스티벌, 2019년 베를린 한국문화원, 2020년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등 국내외에서 전시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라이브 퍼포먼스 <진동하는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