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1. 작가님과 작품 활동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김가람입니다. 저는 관찰자의 눈으로 사회 문화적 이슈를 바라보며, 이를 전시장 안, 밖에서 유희적인 실험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설치와 미디어, 퍼포먼스 등 매체를 다변화 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주로 감상자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관객참여형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는데요, 지속가능한 힘을 얻었던 소중한 프로젝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를 통해, 신작 〈셀피-업로드(selfie-upload)〉(2018) 작품을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요, 전시의 구성원들이 모두 밝고 에너지가 넘쳐서 저도 그 힘을 얻고 즐기면서 작업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밤낮없이 함께 고생하셨던 담당 큐레이터, 김선영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3. 사회문화적인 이슈들을 시각디자인, 대중음악, 퍼포먼스의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시는 작가님의 작품들에 기획자로서 관심이 많았는데요. 무엇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매체들의 언어로 관람객/참여자들에게 공감 혹은 반감을 이끌어 내는 지점들이,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유희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보여준 백남준 작가의 예술과 맞닿아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랜덤 액세스 첫 번째 작가로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백남준 작가에 대해 느끼시는 개인적인 혹은 예술적인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백남준 작가님을 떠올리면, 개인적으로는 가장 먼저 뒤셀도르프가 생각납니다. 2015년, MMCA 고양 레지던시의 교환 프로그램으로 뒤셀도르프를 방문했고, 그 곳에서 3개월간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전시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ACS#2: the AGENDA hair salon, 2016 Düsseldorf-Projekt〉 퍼포먼스로 개인전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백남준 작가님은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17년간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그 때문인지 뒤셀도르프에서는 백남준 작가님의 놀라운 영향력을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백남준 작가’로 연구 논문을 작성한 기획자를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어딜 가든, 백남준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루는 눈병 때문에 안과에 갔는데 의사가 한국에서 온 저를 보고, 먼저 백남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 그리고 2016년 개인전에는 백남준 작가님의 아카데미 시절 제자가 직접 저의 퍼포먼스에 관객으로 참여하면서 그와 함께 했던 많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그 기록은 고스란히 저의 퍼포먼스 레코딩 비디오로 기록되어 있고요… 그리고 백남준아트센터에 있는 〈TV 정원〉도, 제가 처음 실제로 전시장에서 접한 곳은 뒤셀도르프였습니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을 다시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한 작가의 영향력이 도시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라고 할까요?
저의 최신작업 〈#판타지(#FANTASY)〉(2020)의 경우에는 전시를 안내하는 가상의 남자친구를 YouTube에서 만날 수 있게 만든 프로젝트인데요, 전시 도록에 실릴 관련 인터뷰를 코리아나 미술관 서지은 큐레이터님과 진행하면서 “백남준 작가님께서 아직 계셨다면 어떻게 YouTube를 사용하셨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서치를 통해 백남준 선생님이 YouTube플랫폼을 예측하셨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와’ 하며 놀랐습니다. 왠지 미래에 제가 사용할 매체나 플랫폼에서도 백남준 작가님의 영향력을 이처럼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4.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에서 보여주셨던 작품 〈셀피-업로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셀피-업로드〉를 설명하기 위해선 〈셀피-시리즈(selfie-series)〉를 우선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의 대표작업 〈셀피-시리즈〉는 수시로 ‘셀피’를 찍어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대중들의 ‘셀피 문화’를, 1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새로운 자화상으로 바라보고, 이에 동반되는 개인의 심리와 사회상의 변화을 전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셀피-시리즈〉는 특히 ‘셀피’로 야기되는 변화가 전시장에 놓인 작품의 위상과 전시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대표작품으로는 2018년 백남준아트센터의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selfie-upload(셀피-업로드)〉를 비롯하여, 〈#셀스타(#SELSTAR)〉(2016), 〈#판타지(#FANTASY)〉(2020)가 있습니다.
〈셀피-업로드〉는 미술관 내의 엘리베이터를 셀피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 작가인 제가 직접 안내원으로 변신하여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짧은 시간동안 관람객들에게 셀피를 찍도록 안내하는 관객 참여형 작품입니다. 〈셀피-업로드〉는 매일매일 새로운 이슈가 갱신되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지만, 어느새 새로운 피드로 교체되는 SNS 미디어의 특성을 빠르게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의 공간 변화로 연결시키면서, 셀피가 개개인의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고, SNS 가상공간에서 설정한 독립된 자아가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자 합니다. 또한 메자닌 공간에서는 특별 전시가 진행되었는데, 〈셀피-업로드〉 퍼포먼스를 위해 제작된 시각 디자인 작업들과 의상, 설치 등 작업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성했습니다.
5.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참여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계시죠. 백남준아트센터 전시 이후 진행하셨던 프로젝트들과 이후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백남준아트센터 전시 이후의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2018년 랜덤 액세스 이후, 2019년에는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시간 밖의 기록자들》에서 〈4ROSE the moving archive〉, 코리아나 미술관 《아무튼 젊음》 전시에서는 〈Unbalance〉(2019), 올 해 《코로나 시대의 사랑》 전시에서 선보인 〈Corona Blue〉(2020), 등 다양한 주제와 매체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 중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와 연관성이 있는 〈셀피-시리즈〉의 신작 〈#판타지〉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2020년 방콕 아트 비엔날레에서 첫 선을 보인 〈#판타지〉는 거울과 조명이 가득한 대형 조형물과 메이크업도구, 가상의 남친 (YouTube 애인 채널)을 비디오 작업으로 등장시키는 〈#셀스타〉의 두 번째 시리즈입니다.
“이제,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가상의 남친을 전시장에서 경험해보세요!” 최근 YouTube에서 인기 있는 채널 중 하나는 ‘애인 대행/결혼 생활’ 채널입니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YouTube에 등장하는 상대의 (일방적인)발화를 통해 위안을 얻으며, 실제 애인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채널 상의 상대가 하는 일은 오늘 하루의 일과를 묻거나 소소한 안부를 물으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올 뿐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바로 이점이 이 채널의 인기 요인입니다.
〈#판타지〉 작품은 바로 이 가상의 애인 채널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옮겨온 작품입니다.
〈#판타지〉는 가상의 남친(애인)을 비디오 작업으로 등장시키는 셀피-시리즈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더 이상 되지 않는 오늘날의 YouTube 소비행태를 그대로 노출 시키며, 전시 관람에 있어 이를 활용한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합니다. 등장하는 비디오의 주인공은 작품뿐 아니라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며 ‘셀피’가 잘 나오는 연출 방식을 튜토리얼처럼 제안하기도 합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KT&G 상상마당에서 진행되었던 개인전도 《#FANTASY》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전시에서는 가상의 남친 〈#판타지〉뿐 아니라, 지금까지 저의 모든 작업들을 살펴보실 수 있는 아카이브들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제가 지금까지 선보인 적 없는 새로운 시각적 결과물들을 선보이는데요. 직접 디자인 한 ‘QR 코드’ 캔버스 액자를 매체로 사용하여 총 16개의 작품이 걸려있고, 마치 전시장에서는 하나의 캔버스 시리즈 작품을 감상하는 듯 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구성해보았습니다. 또 직접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접속하면 YouTube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전시를 보는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으로 하여금 스마트폰 상에서 보이는 ‘가상’ 전시와 캔버스를 감상하는 ‘현실’ 전시의 격차를 극대화 하여 서로 다른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작품입니다.
룩셈부르크 국립현대미술관 MUDAM에서 진행된 기획전 《Me, Family》에도 〈4ROSE the moving archive〉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원래 올해 5월로 예정되어있던 오프라인 전시가, 코로나 여파로 6개월간의 플랫폼을 개발한 뒤 온라인 전시로 전환되었습니다. 2020년 10월부터 시작되어 2021년 3월 21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아래의 웹사이트에서도 접속 가능합니다.
http://mefamily.mudam.com《Me, Family》 전시는 앞으로의 온라인 전시 플랫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됩니다. 온라인 전시 플랫폼의 재미있는 예시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 입장하면 마치 온라인 게임과 같이 친구와 함께 접속도 가능하고요. 함께 전시에 놀러온 관람객도 파악 가능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꼭, 카메라를 켜고 접속해보시기 바랍니다. 관람객은 얼굴이 변형 가능한 형태로 접속 가능하거든요. 플랫폼에서는 작품도 볼 수 있고, 원하면 자신의 피드백이 담긴 10초 비디오를 녹화하여 남길 수도 있습니다. 이는 영구 보존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4ROSE〉 작품과 연계하여, 2021년 1월 25일에는 MUDAM의 큐레이터 Emanuela Mazzonis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이슈에 대한 대중과 가상세계의 관계를 논의하는 온라인 생중계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6. 프로젝트 작가로 선정된 이후 백남준아트센터와 꾸준한 교류를 통해 신작을 제작하고 선보이셨는데, 프로젝트와 관련해 공유하고 싶으신 의견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요?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은, 랜덤 액세스에서 첫 선을 보였던 〈셀피-업로드〉를 2020년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CEC ArtsLink’s Art Prospect festival》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예 행사 자체가 취소가 되었습니다. 담당 큐레이터가, 일상 공간인 엘리베이터를 특별한 셀피 장소로 변신시킨다는 점과 매순간 변화하는 SNS의 특성을 착안했다는 점에서 제 작품 중 〈셀피-업로드〉가 가장 흥미롭다는 피드팩을 주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전체를 배경으로 하는 이 아트페스티벌 특성상, 날짜에 따라서 다양한 공간의 엘레베이터를 변신시킬 예정이었는데, 저도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셀피-업로드〉를 선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고, (잘 웃지 않는다고 알려진) 러시아 관람객들이 어떻게 ‘셀피’에 반응할지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아무튼, 행사가 만약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인터뷰에 〈셀피-업로드〉 in 러시아 사진을 가득 보냈을 텐데, 여러모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사를 내년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당분간 개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에 또 다시, 좋은 기회로 〈셀피-업로드〉를 선보이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