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화’의 절정이 아닐까 싶은, 온 국민이 전 세계를 제집 드나들 듯이 살고 있다고 느끼던 바로 그때쯤 시작된 전염병으로 인류는 전대미문의 일을 겪고 있다. 철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팬데믹 상황이 우리를 원시시대와 같은 “생존을 위한 사회”로 회귀시키고, 자본의 불균형은 죽음 앞에 더욱더 양극화되어 비민주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 바이러스가 모두에게 ‘혐오’의 라이선스를 부여한 듯이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당연하게 내뱉는, 일상의 “마이크로 파시즘”이 횡행하는 이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런 상황 아래 “‘어떻게’ ‘함께’ 살아 갈 것인가?”라는 저 단전에서 끌어올려 정색하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는 이 질문 앞에 새로운 생존 전술, 저항 전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법, 디지털 감시를 감시하는 법, 쏟아져 나오는 댓글과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지각, 혐오가 불러일으키는 어리석고도 무분별한 폭력에 맞서는 법, 바이러스 이전에도 깊었고, 이후에는 더욱 깊어지는 양극화된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법. 사물에 말 걸고 그것의 역사를 인지하는 것, 인간과 자연과 사물과 공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 감시체계 속에서 일상을 축제의 리듬으로 전환하는 것, 타인에 대한 공포를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새로운 “전술” 말이다.
《전술들》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삶의, 그리고 예술의 전술을 고민한다. 전시에서 사용하는 ‘전술’은 프랑스 학자 미셸 드 세르토의 개념이다. 세르토에게 전술은 근대사회에서 소외된 타자들이 일상에서 공고화된 권력에 저항하는 일상의 저항적인 실천의 방식, “주체의 수행성(performative)”에 대한 논의와 결합된다. 《전술들》의 작가들은 전시(戰時)와도 같은 이 시기에 몸으로 행하는 작은 ‘수행’들로 틈새를 만든다.
사물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새로운 연합체인 “모호한 연합”을 구축하고(로레 프로보 · 요나스 스탈), 소도시의 작은 커뮤니티를 구제하기 위한 공공의 안무를 짜고 퍼포먼스를 수행하며(요한나 빌링), 화물노조 운전기사들의 투쟁 동선을 따라 ‘트럭 운전자들의 브이로그’를 스트리밍 한다(배드 뉴 데이즈). 장난감에게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주면서 끝없는 기다림을 되새기고(박승원), 끈질긴 응시를 통해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지 사유를 정돈하고(박선민), 도시의 주변인, 스케이터들을 따라 도시의 동선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타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에 대해 이야기한다(전소정). 가상의 세계, 시간의 혼재 속에서 언어와 문자를 축적하여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모색하며(송민정),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렀다 여겨지는 현재,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과학적 진리와 규칙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구민자).
전시 《전술들》은 타자가 억압과 감시의 대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작은 이야기로 그 체계를 균열 내는 움직임을 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 작은 예술적 실천들을 밀어 넣어 단단한 세상 속을 들여다 볼 작은 구멍을 내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무모한 기대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