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covid-19 팬데믹이 발발하고 미술관들이 모두 폐쇄되던 불안과 불확실성의 상황에 대응하여 상하이의 크로노스 아트센터가 추진하고 전세계 미디어 아트 기관들이 연대한 온라인 전시 플랫폼 《우리는=접속한다: 열 편의 편안한 곡We=Link: Ten Easy Pieces》이 열렸다. “We=Link”는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제목으로, 재난의 위기에서 국제적 결속을 통해 예술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찾고자 한 협업이다. 중국 최초의 미디어 아트 기관인 크로노스 아트센터와 2018년부터 협력해 온 백남준아트센터는 두 번째 전시 《우리는=접속한다: 옆으로We=Link: Sideways》에 공동 온라인 주관 기관으로 참여한다.
《우리는=접속한다: 옆으로》는 넷 아트의 선구자부터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기까지 28명(팀) 작가의 작품 22점을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와 온라인에서 전시한다. 최초의 인터넷 시대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1991년 〈더 씽〉 전자게시판시스템부터 가장 최근에도 진화 중인 작업들까지 다룬다.
인터넷의 출현과 함께 1990년대 초 등장하여 주로 넷 아트라 불리던 현상은 20세기 마지막 아방가르드로 언급되곤 하며, 초기 뉴미디어 경제와 그 문화적, 사회적 영향을 활발하게 실험하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며 거칠 것 없이 번창하던 시기를 누렸다. 1997년경에는 한때 주변적이고 비주류로 여겨지던 이러한 작업이 인터넷의 상업화와 맞물려 기관들에서까지 인정받게 되면서, 넷 아트는 디터 다니엘스가 말한 대로 “막다른 길 혹은 전환점에 이르게” 되었다.
이 전시는 넷 아트의 “막다른 길”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그 이후 벌어진 작업들에 관한 담론의 궤적을 여러 네트워크 기반 예술 형태를 통해 기록한다. 넷 아트를 단정하거나 규정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와 인지자본주의 만연, 포퓰리즘과 내셔널리즘의 증가 속에서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 벌어진 다양한 전개, 다양한 전략, 비판적 입장, 미학적 실험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접속한다: 옆으로》전은 이 같은 넷 아티스트들의 작업에도 아방가르드의 “넷티튜드”, 즉 “네트워킹의 태도”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전시에는 최초의 작가 운영 전자게시판시스템이 포함되는데, 훗날 유행하게 되는 사회관계망과 이에 따르는 다양한 예술적 전략과 비판적 기술에 앞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네트워크 하부구조와 프로토콜에 대한 기업의 독점을 방해하고, 네트워크 보안과 감시의 본질적인 논리를 도발적인 태도와 유희적인 풍자로 드러내며, 상업적∙제도적 방식을 가로채 다시 전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넷 아트의 실험적 성격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기술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에 따라 변화하는 미학적 과제들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
이 전시에는 휘트니미술관 아트포트의 〈일출/일몰〉 프로젝트의 일환인 두 작품이 매일 일출과 일몰의 경계 시간에 전시 웹사이트를 차지하게 된다. 현지 시간대와 환경 데이터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통해 글로벌에 내재한 로컬의 본질, 네트워크의 분열과 변형의 속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시는 또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중국의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던 초기를 상징하는 사물들의 컬렉션도 포함한다. 이 사물들에 담긴 아마추어의 열의와 스스로 전파하는 자율성은 그 이전 세대의 개척 정신과도 현저하게 닮아 있다.
1999년에 카를스루에의 ZKM미디어아트센터는 네트워크로 정의되는 새로운 시대의 징후를 보여 주는 《넷_조건》전을 기획한 바 있다. 이제 지금은 넷 조건이 영구적인 것으로 재차 확인되었고, 그 순환과 호흡의 전제는 포스트휴먼의 조건이다. 겉잡을 수 없는 팬데믹, 악성 거짓정보, 기업의 탐욕이 야기하는 파산에 고통 받는 세상, 레이 커즈와일 식으로 트랜스휴먼의 특이성을 예측하고 결함을 제어하는 인공지능이 혼란과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세상, 아방가르드가 태동하고 번성하던 비옥한 토양을 연상시키는 열정이나 구원은 이미 굳어버린 세상에서, 20세기 마지막 아방가르드인 넷 아트는 지금의 “전환점”에서 어쩌면 다시 돈키호테의 용맹함을 갖고, 다시 주변과 외곽으로부터 분투해 올지 모른다. 역사를 다시 만들기 위해 약간의 짓궂음으로, 약간의 소란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아름다움을 통해, 그리고 옆으로 난 길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