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는 2020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의 마지막으로 함혜경의 《평온의 섬》 전시에서 동명의 신작을 소개한다. 함혜경 작가는 단편적인 문장들을 재구성하여 내러티브를 만들고 수집된 푸티지를 편집해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각화한다.
신작 <평온의 섬>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힘든 이 시기에 ‘조금은 긍정적인 어떤 것’을 담고자 했다는 작가의 생각에서 시작한다. 작품 속 화자는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듯 평온한 분위기에서 내밀한 심리를 포함하고 있다. 관계, 사랑, 욕망, 성공, 좌절 등이 담긴 ‘누군가의’ 이야기를 마주하다 보면, 그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로 와 닿게 된다. 작품 속 화자의 사적인 이야기는 관객 누구나가 살면서 한 번쯤 떠올렸던 생각들을 담고 있으며, 그렇게 현실을 은유하는 내러티브에 관객은 몰입하고 화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된다. 관객은 화자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찾아 나간다.
작품 속 화자가 묘사하는 그의 삶은 평온하고 고요하지만 어딘가 허무한 ‘보통의 삶’을 은유한다. 작가는 어딘가 권태롭고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는 듯한 ‘익명의’ 그리고 ‘보통의’ 화자를 이 세상 밖으로 데려가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화자의 이야기에서, 허구와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서, 그리고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서 발생되는 여러 해석 중에서 마음에 드는 각자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화자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각자의 메시지를 찾는 과정이 모두의 오늘을 위로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작가소개
“나는 가벼운 기분전환의 수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나 아는 것에서 시작해 깊고 내밀한 어떤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내 작업은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들, 사건들 그리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에게서 파생된 것이다. 주제나 일종의 분위기, 그리고 캐릭터를 가지고 작업을 하지만, 쭉 이어져 나가는 플롯은 없다. 나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있는데,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마음속 그 정신적인 영역에 주목하고 싶다. 작품의 주제가 한 눈에 읽히지도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나의 작업은, 이 둘 중 어느 것도 반기지 않는 요즘의 미술계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스토리의 단순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지금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고독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들을 간결한 형태로 그려내고 싶다. 지나간 시간, 불확실, 부끄러움, 자존심, 외로움, 권태, 고집스러움 같은 것들에 대해 허구와 진짜가 뒤섞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다.”
(함혜경)
2020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신진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동향을 살펴보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랜덤 액세스’라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백남준이 자신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작품에서 비롯하였다. 〈랜덤 액세스〉는 오디오 카세트의 테이프를 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마그네틱 헤드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내게 했던 작품이다. 〈랜덤 액세스〉에서 찾을 수 있는 즉흥성, 비결정성, 상호작용, 참여 등을 키워드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는 지난 2년간 여섯 명(팀)의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소개하였다. 2020년에는 오주영, 신승렬, 함혜경 세 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