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이상》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이해능력을 넘어선 근미래에 기계를 포함하여 다원화된 타자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동시대 예술가들의 사유를 통해 전망하는 전시이다.
이 전시의 제목 《현실 이상》은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사회는 다양한 낯선 존재들과 관계 맺으며 함께 살아가게 될 실제 현실이며, 우리가 이상(異常)하다고 의심하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도달할 수 있는 이상(理想)일 수 있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인류가 추구해온 기술진보는 그 자체에 이미 성취해야 할 이상향을 명백한 목적이자 동력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러한 미래를 향한 이상은 ‘더 강력한’, ‘더 빠른’과 같은 성공의 크기와 속도를 지칭하거나 ‘더 편리한’, ‘더 똑똑한’과 같은 효능이나 지능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나열할 뿐 사실은 상당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기술발전의 과정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많은 단계들을 거치는 가운데 가치 기준의 변화와 윤리적 쟁점들을 점검하며 나아가야 하지만, 이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거나 생략되곤 한다.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일상의 현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고, 목적에 수반됐어야 하지만 의무와 태만 사이를 배회하다 상실해 버린 책임과 의지의 문제들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오류, 실책, 과오로 인해, 과거와 현재에 우리가 겪은 유사한 문제들이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상황들과 심화된 도전들로 재소환될 것임을 직감한다. 작가들은 불안이 잠재한 미래의 징후들을 포착하면서, 필연적으로 전개하는 불의한 결과들은 가장 소외된 이들부터 먼저 감당하게 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그동안 외면하고 덮어 두었던 본질들을 파헤쳐 안일함으로 둔감해진 우리 앞에 다시 펼쳐 보인다.
《현실 이상》 전시는 기술진보의 과정에서 생략되고 상실된 윤리적 사회적 현안들을 재조명하고, 참여작가들이 제기하는 질문들을 통해 미래사회에 우리가 함께 존재하고 살아가는 방식들을 모색하는 시작점으로 제시한다. 그 현안의 단면들과 맞닿아 있는 새로운 미래가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지에 대한 탐문의 과정은 우리를 현실의 너머, 그 이상(以上)을 바라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