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는 2020 랜덤 액세스 두 번째 프로젝트로 신승렬의 《바람극장》을 개최하고 동명의 신작을 소개한다. 무대미술가로서 작가 신승렬은 자신의 주된 매체인 ‘극장’을 둘러싼 시스템을 전복하고 실험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의 무대는 관객의 참여로 작동되어 수많은 극,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바람극장>으로 탈바꿈한 전시장에서 빛, 소리, 시간, 공기의 흐름, 그리고 관객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한다. 극장에서 관객은 무대에 올라온 완성된 극을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이자, 무대에 개입하여 흐름을 만드는 공연자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로 <바람극장>은 비로소 관객 저마다의 사유와 감상의 겹과 켜가 존재하는 극장이 된다.
이렇듯 <바람극장>은 기존 무대의 요소들을 전복하는 해방적인 공간이며, 보다 시적이고 불확정적으로 작동되는 ‘극장’이다. 바람이 이는 무대에서 관객은 작가가 남겨놓은 일련의 스코어를 수행하여 사유와 감각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 경통을 돌리는 힘에서 발생된 바람으로 경전을 넘겨 읽어내고 기도하는 ‘마니차’처럼 작지만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내재해 있음을 기억하고 <바람극장>에서 관객들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길 기대한다.
작가 소개
신승렬은 공간과 시간을 질료 삼아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텍스트를 해석하는 무대미술가이다. 공간을 조직하는 작업을 통해 삶의 원리를 발견하고 해석해내면서, 동시에 공간의 비가시적 구축을 지향한다. 그의 공간은 경계를 허물어 비로소 완성되고 구축되며, 작가는 기존의 공간 문법을 뒤엎는 새로운 생각과 실험을 보여준다. 작품으로는 <노마드 시어터 프로젝트>, <고비도시>, <시적극장>, <방랑의 기술>등을 발표했다. 현재 <시적극장>이 블랙박스를 벗어나 도심이나 자연 속에 설치되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공간 개념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0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신진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동향을 살펴보는 2020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랜덤 액세스’라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백남준이 자신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작품에서 비롯하였다. 〈랜덤 액세스〉는 오디오 카세트의 테이프를 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마그네틱 헤드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내게 했던 작품이다. 〈랜덤 액세스〉에서 찾을 수 있는 즉흥성, 비결정성, 상호작용, 참여 등을 키워드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는 지난 2년간 여섯 명(팀)의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소개하였다. 2020년에는 오주영, 신승렬, 함혜경 세 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