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는 2017년 11월 23일부터 2018년 3월 4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 블라스트 씨어리의 개인전 《당신이 시작하라》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관객과 참여’라는 주제를 놓고 다양한 미디어의 양식들을 실험해 온 블라스트 씨어리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개막일 11월 23일 오후 3시에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되며 오후 5시부터는 시상식과 개막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스스로를 “관객을 작품의 한 가운데에 두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탐구하는 인터렉티브 아트를 창조하는 도전적인 예술가 그룹”으로 정의한다. 전시의 제목 ‘당신이 시작하라’는 관객에 의해서 작품이 시작된다는 하나의 정언적 명제이다. 이러한 명제 아래 관객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에 개입하고 작품을 유지시키는 행위자가 된다. 마치 대등한 위치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며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게임처럼, 블라스트 씨어리는 관객을 수동적인 태도에서 끌어내어 작품과 동등한 참여자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구도는 관객과 작품의 상호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제 당신과 작품의 관계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며, 블라스트 씨어리는 당신을 위해 공적이며 무겁게 여겨졌던 장소를 움직이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와 놀이가 살아 움직이는 장을 구축한다. 이 커다란 놀이터에서 지금 당신이 시작할 차례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총 7점의 작품 중 <앞을 향한 나의 관점>은 2017년 런던 박물관 커미션으로 제작되었으며, 한국에서 촬영한 풍경을 담은 영상을 추가하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여 천천히 관찰하며 미래에 대해 성찰해보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소리 내는 기회를 준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2097: 우리는 스스로를 끝냈다>를 통해서 보다 구체화되고 확장된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80년 후, 즉 2097의 미래를 보여준다. 5개의 단편 영화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에서 일상의 풍경은 미래의 어느 날 공상과학 소설의 일부가 된 듯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제시된다. 이 작품은 막연히 상상하는 미래에 우리가 기술적 결정력과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2013년 일본의 아이치에서 제작된 작품 <내가 평생 동안 할 일>은 물에 잠겨있던 폐선을 한 공원으로 옮기는 과정을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지구적 재앙에 맞서는 불특정한 여러 사람들의 참여와 연대의 의지가 폐선을 밀어서 옮기는 노동이자 퍼포먼스로 드러나게 된다. 이 작품은 2011년 일본에서 있었던 쓰나미와 상처, 그리고 이로 인해 망가진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담아낸 은유적인 작품이다. 이 외에도 작품의 중심에서 관객의 참여가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 소개
2016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인 블라스트 씨어리는 매트 아담스, 주 로우 파, 닉 탄다바니치가 1991년에 런던에서 결성한 예술가 그룹으로 기술의 상호작용과 사회정치적 맥락에 대하여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초기의 작품의 형태는 클럽 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급진적이고 강렬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퍼포먼스에 개입시키는 실험이었다.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기술관련 연구소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하여 작업의 방식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인터렉티브 매체의 사용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블라스트 씨어리는 인터넷, 디지털 방송 및 실시간 퍼포먼스에 관객들을 통합시키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와 인터렉티브 아트를 실험하고 있다.
※ 본 행사는 영국문화원이 주최하는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의 공식 프로그램입니다.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예술가들과 관객 개발에 초점을 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역동적인 창의 경제에 필수적인 다섯 가지 주제인 도시, 디지털 기술을 통한 변화와 혁신, 다양성과 통합, 창의기업가 정신, 창의교육을 주제로 영국의 혁신성과 탁월함을 여러분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양국 예술가와 예술기관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고 경계를 뛰어넘음으로써 창조적인 작업들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소개
2009년 제정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은 경기도 도지사가 수여하는 상으로, 백남준과 같이 새로운 예술영역의 지평을 열고 끊임없는 실험과 혁신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본 상은 그동안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결합,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모색, 관객과의 상호작용, 음악과 퍼포먼스, 시각예술 전반의 다양한 분야를 융합 및 통섭하는 백남준의 정신을 이어 받은 예술가와 이론가에게 수여되었다. 제 1회에는 4명의 예술가(이승택, 안은미, 씨엘 플로이에, 로버트 애드리안 엑스)가 공동수상 하였으며, 2회인 2010년에는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브뤼노 라투르가 수상하였다. 2012년에는 아티스트 더그 에이트킨이, 2014년에는 하룬 미르자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2016년 제5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선정 과정 및 내용
백남준아트센터의 국제예술상 심사위원회는 2016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로 작가 그룹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 영국, 1991 결성)를 선정하였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연극, 라디오, 게임, 웹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인터렉티브 작업을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 왔으며, 심사위원들은 블라스트 씨어리가 본인들의 작업으로 다른 이들은 가보지 않은 방향, 즉 새로운 경계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심사기준과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은 5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각 2인의 작가를 추천하고, 역시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10인의 후보 작가 중 1인/1팀을 선발한다. 10인의 시각/퍼포먼스/비디오/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추천하였으며, 심사위원회는 바르토메우 마리(국립현대미술관장), 제프리 쇼(홍콩시티대학교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학부 석좌 교수), 니콜라스 드 올리베이라(몬타보넬 &파트너스 연구 및 기획 프로젝트 디렉터), 노소영(아트센터 나비 미술관 관장), 서진석(백남준아트센터 관장)으로 구성되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노소영 관장은 “블라스트 씨어리는 연극에서부터 인터넷, 필름, 그리고 온-오프라인 게임과 최근에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대한 관심과 사용이 돋보인다.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 하면서도 날카롭고 밀도 있는 심리 분석이 탁월하다. 이 시대의 가장 컨템퍼러리한 미디어 시인이라고 할까, 블라스트 씨어리는 미디어 자체의 속성을 파고들기 보다는 네러티브에 더 비중을 둔다. 그 네러티브는 다분히 영국적이면서 일상적이다. 그래서 영국적 미디어 시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아나 기억, 그리고 관계 등의 오래 된 이야기들을 새로운 미디어 간의 조합으로 참신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 매체의 설법을 차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20년간의 노고와 예술혼을 치하한다.”라고 평하였다.
수상이 결정된 후 블라스트 씨어리는 “지난 25년간 제작한 수많은 작업들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기쁘다. 오늘날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작업들이 존재할 수 있게끔 기반을 마련한 선구자 백남준과 연계하여 우리 작업이 주목 받았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지금까지 우리의 작업을 지지해주고 도와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작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잘 새기며 상을 받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