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TV 왕관>, 1965(1991)
진 영블러드(Gene Youngblood)는 그의 저서 『확장 영화(Expanded Cinema)』(1970)에서 인류가 전 지구적 규모의 텔레비전과 비디오 네트워크로 구성된 새로운 환경, 즉 ‘비디오스피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며1) 백남준을 비디오스피어의 선구적 생태학자(pioneer ecologist of videospere2))로 언급한다. 비디오스피어는 지구의 표면과 대기를 포괄하는 생물권(biosphere)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만들어 내는 인간 삶에 필수적인 정신적·정보적 생태계를 의미한다. 영블러드가 백남준을 ‘생태학자’로 규정한 이유는, 그가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단순히 예술적 매체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인간·기계·자연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체계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백남준은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총 13대의 텔레비전 실험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 이 텔레비전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부 회로가 개조되어 관객이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그에 따라 텔레비전 화면에는 전자 흐름의 왜곡이 발생하여 다양한 패턴의 변화가 나타났다. 영블러드는 백남준이 시스템을 완전히 통제하기보다 관객의 참여로 다양한 우연성이 개입하도록 열어둔 지점을 주목했다. 그는 백남준이 모니터 속 ‘내용’보다 모니터가 놓인 ‘환경’과 그 안에서 상호적으로 발생하는 ‘변동성을 일으키는 비결정적인 상태’를 구성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시도를 인공적 비디오 환경을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로 재설계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 전시는 백남준의 실험 텔레비전을 비롯한 그의 주요 작품을 전자적 생태학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백남준은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인간·기계·자연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고 재구성해 나갔으며, 이질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세 요소가 점차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긴밀하게 얽히며, 상호 침투와 재확장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환경으로 작동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된 구조가 전 지구적 차원의 미래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될 것이라는 통찰을 제시하였다. 지구 반대편의 사건과 일상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삶을 살아가는 2026년의 현재 시점에서, 이 전시는 이러한 백남준의 사유가 그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할 것이다.
1) Gene Youngblood, 『Expanded Cinema』, 260.
2)“Paik is the embodiment of the East and West, design scientist of the electron gun, pioneer ecologist of the videosphere." Ibid., 302.
백남준, 비디오스피어 생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