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 전시는 레이저를 통해 백남준이 하고 싶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한다. 백남준은 한 인터뷰에서 “레이저 광선은 대단히 신비스럽고 달콤하고, 숭고하기까지 하단 말이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예술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본 아티스트 백남준. 그의 예술은 전자음악과 비디오,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주파수로 신호를 주고받는 매체를 사용해서 구현되었다. 텔레비전 신호를 변조하여 다채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방송으로 송신했던 백남준에게 레이저는 더 큰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화려하고 매력적인 매체로 다가왔다. 레이저가 내뿜는 빛과 유영하는 흔적은 텔레비전 화면이라는 작은 틀을 벗어나 무한한 공간을 점유할 수 있었다. 노년의 불편한 몸으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던 백남준에게 레이저는 새롭게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었다.
전시는 우리를 2002년 뉴욕으로 안내한다. 수명을 다한 기계 장치들을 좌석에 가득 채운 자동차들과 화려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레이저 타워를 함께 보여주었던 전시의 준비 과정과 개막일의 현장, 작품 제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볼 수 있다. 타임슬립의 통로처럼 전시실을 통과해 야외로 나서면 기계시대와 정보시대의 상징들이 다시 눈 앞에 펼쳐진다.
우리는 백남준이 레이저 빛으로 상상했던 정보시대에 살고 있다. 백남준은 인간과 기술이 균형을 이루는 긍정적인 미디어 환경을 예견했고, 미디어와 공존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은 20년 전 백남준의 레이저 광선을 다시 쏘아 올리며, 백남준이 보낸 미디어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닿기를 기대한다.
전시실과 야외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아트센터 야외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레이저와 네온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이다. 레이저가 숲과 언덕을 가르며 연출하는 스펙터클한 경관이 펼쳐지며, 관객들은 20년 전 백남준이 상상했던 기술과 정보, 생태가 균형을 이루는 미디어 환경을 눈 앞에서 경험할 수 있다.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