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포스터, 1965
백남준 연구의 새로운 시작, <48시간 음미체 학교>를 시작합니다. <48시간 음미체 학교>는 48시간 동안 음악, 미디어 연구, 신체 활동을 함께 경험하고 배우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학교입니다. 1965년 독일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각자의 퍼포먼스를 ‘24시간’ 지속하며 함께 밤을 새웠던 8명의 플럭서스 작가처럼, 시간, 연대, 수행이라는 새로운 물질성을 나누고자 합니다. <48시간 음미체 학교>의 모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는 음악과 신체, 미디어 신호를 횡단한다.
2. 시간, 수행, 연대는 우리의 새로운 물질이다.
3. 낯선 소리, 어색한 몸짓, 새로운 이론을 환영한다.
4. 48시간 동안 낡은 예술과 제도에 새로운 변화로 대응한다.
5. 모두가 신참자, 여기서 비로소 새롭게 연대한다.
이제 친구에게 알리지 말고 48시간의 휴가를 내어 혼자서 <48시간 음미체 학교>에 등록하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혼란을 경험할 때입니다. 들어서는 순간, 과거의 모든 감각과 기억이 당신에게 이어집니다. 정화의 밤과 오신(娛身)의 밤을 함께하며 아무것도 예전과 같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48시간 후에도 어떤 시간은 지속될 것입니다.
1. LP 음감회 <축제는 밤을 향해 열린다>
일시 : 2025.7.18.금. 18:00-19:00
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1층 랜덤액세스홀
작가 : 백남준
토크 : 신예슬(음악평론가) /모더레이터 김지수(백남준아트센터)
참여: 사전 예약 권장 (무료)
백남준이 1977년 한정판으로 발매한 LP 음반에는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가 담겨 있다. 백남준이 아널드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1899)이라는 곡을 네 배 느리게 재생한 소리를 담았다. 이 앨범을 현장에서 함께 감상하고, 음악비평가 신예슬이 쇤베르크와 백남준의 사이에서 우리가 듣고자 하는 새로운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예슬은 음악평론가로 서울대학교에서 음악학을 공부했고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을 썼다. 경향신문, 월간 국립극장, SPO, 클럽발코니에 글을 연재하고 종종 기획자, 드라마터그, 편집자로 일한다.
2. 아놀드 쇤베르크(1874–1951), <정화된 밤, Op. 4>
일시 : 2025.7.18.금. 19:00-19:30
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1층 로비
연주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
참여 : 사전 예약 권장 (무료)
코리아챔버오케스트라가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원곡을 현악 6중주로 연주한다. 이 곡은 무조성 음악 이전의 곡이라 전위적이거나 실험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후기 낭만파의 표제음악적 성격을 보여준다. 음악에 담긴 시와 이야기처럼, 어두움이 내리면 음악이 가진 신비하고 변용의 힘으로 우리는 축제의 밤으로 달려간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는 1965년에 서울바로크합주단 명칭으로 창단되어 음악감독 김민과 함께 폭넓은 레퍼토리 확장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챔버오케스트라로서 그 위상을 이어 나가고 있다.
3. 알렉산드라 주하즈, 미디어 워크숍 <매개된 함께-있기, 비디오 구하기>
일시: 2025.7.19.토. 9:30-11:00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2층 세미나실
강사: 알렉산드라 주하즈(뉴욕시립대학교 영화학 교수)
참여 : 사전 예약 권장 (무료)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냄새나는 유튜브 플랫폼 사이를 넘나들며, 형편없고 지루한 비디오 속에서 공감과 표현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우리는 하나의 온라인 세계 속에서 인공지능과 인간, 스트리밍과 학습의 역할에 대해 함께 생각할 것이다. 이 워크숍은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겠지만 그 어떤 것도 사고팔지 않을 것이다.
알렉산드라 주하즈는 뉴욕시립대학교(CUNY) 브루클린 컬리지의 영화학 교수로, 정치적 변화와 개인 및 공동체의 성장에 기여하는 미디어 실천을 주로 연구한다. 뉴욕대학교에서 영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에이즈 TV』(1995), 『유튜브에서 배우기』(2011) 등을 저술하였고, 다양한 페미니즘 주제를 다루고 있는 교육용 영상과 장편 영화 <수박 여인>, <올빼미들>을 제작하였다.
4. 국제 심포지엄 <지루한 비디오, 나쁜 TV>
일시: 2025.7.19.토. 13:00-17:30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2층 세미나실
발표자: 그랜트 볼머(메릴랜드 대학교), 김상민(한예종), 이수영(백남준아트센터)
참여 : 사전 예약 권장 (무료)
그랜트 볼머, <인공지능의 통계적 물질성과 스트리밍 비디오의 진부함>
오늘날 영상과 텔레비전은 더 이상 시간 기반 정보가 아니라 통계 기반 정보로 이해되며, 이는 인간 경험을 우회하고 판단 능력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통계적 논리는 스트리밍 비디오나 인공지능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오랫동안 문화 산업 전반에 내재해 있던 예측과 통제의 방식이다. 이 발표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통해 통계적 정규화와 비디오의 물질성을 분석하며, 이는 실리콘밸리와 K-팝 대기업 모두의 미디어 전략을 이끄는 핵심 논리임을 보여준다.
그랜트 볼머는 메릴랜드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로, 디지털 미디어를 연구한다. 감정 인지, 셀피, 밈, 인플루언서, 비디오게임, 모션 픽쳐, 가상현실과 공감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 『신유물론과 유물론 – 미디어의 물질성에 대하여』 가 국내에 번역된 바 있다.
김상민, “AI 알고리즘 기반 예술의 미래”
7-80년대에 백남준이 넘쳐나는 비디오 정보를 검색하고 큐레이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영상 데이터를 접근하고 소비하며 창작하고 있는가? 이미지(영상), 텍스트(언어), 사운드(음악)라는 지각/감각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무엇이든 예측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장착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의 시청각 문화는 과거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재구축되고 있는 중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숏폼 동영상 콘텐츠나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와 같은 개인에게 맞춤화된 큐레이션 서비스의 경험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생성해내는 예측 가능성의 영역 아래에서 새로운 미학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더불어 변화하는 우리의 취향과 감성, 나아가 예술 창작의 미래에 대한 몇 가지 관점들을 함께 탐색해보고자 한다.
김상민은 기술, 미디어, 예술의 접점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비)인간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문화연구자다.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문화연구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디지털 자기기록의 문화와 기술』(2016), 『서드라이프』(공저, 2020) 등이 있다.
이수영, “나쁜 비디오의 바다”
1980년 백남준은 "임의 접속 정보"에서 비디오의 시간적 한계를 지적하며, 정보 접근의 새로운 방식과 디지털화 가능성을 예견했다. 2022년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디지털화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했지만, 이는 방대한 상업 플랫폼 속의 작은 섬처럼 존재한다. 오늘날의 비디오는 더 이상 물질 기반의 매체가 아닌, 알고리즘으로 포장된 새로운 형태의 정보 통제 장치가 되었다. 본 발표는 비디오의 물질성과 역사, 그리고 알고리즘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넘나들며, 새로운 비디오 문화를 모색한다.
이수영은 백남준아트센터의 학예사로,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동시에 기술철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전시와 학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5. 퍼포먼스 <오신(娛神)의 밤>
일시: 2025.7.19.토. 18:00-20:00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1층 로비
작가: 원재연 x 타무라 료, 신비밴드, 모어
참여 : 사전 예약 권장 (무료), 일부 공연은 청소년의 관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원재연 x 타무라 료, <“정원의 아이들” July 19, 2025 vol.1>
원재연 x 타무라 료, 두 명의 타악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정원의 아이들” July 19, 2025 vol.1> 은 서로가 바라보는 ‘음악’ 에 대한 가감없는 해석을 추구한다. 백남준이 말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는 충격, 극한에 이른 전자적 충동과 놀라움”을 키워드로 하여 순간적 감각의 영역에서 표현되는 여러 형태의 에너지에 주목한다.
원재연은 전통 타악을 기반으로 인디, 전자음악, 전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 예술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관객과의 교감을 중심에 두고 활동한다. 타무라 료는 전통과 현대를 혼합한 감각적 타악연주로 사운드, 무용, 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며, 소리와 신체, 자연의 파동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이다.
신비밴드, <소리의 귀 Ear of the Sound>
우주 탄생 이전에, 음악과 춤이 명명되고 구분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알갱이 하나. 그 알갱이는 음악과 춤이 명명되고 구분되기 이전, 음악과 춤이 하나로 뭉쳐진 점이었다. 빅뱅과 함께 폭발하며 뿔뿔이 흩어진 알갱이의 편린인 모든 존재는, 스스로 움직이고 소리 내는 신비의 운명을 지니게 되었다. 어느 날 뜨거운 심장은 노래하며 여행을 떠났고, 바다에서 떠내려온 나무는 춤을 추기 시작했고, 구멍 난 돌들은 노래하기 시작했고, 어느 날 춤이 노래하고 노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신비밴드는 수정귀CrystalEar와 빠른해EarlySun로 구성된 실험즉흥듀오다. 2016년도부터 바리나모 사운드로 은밀히 사운드/음악 작업과 공연을 해오다가 2021년 신비밴드로 이름을 바꾸었다. 2021년 신촌극장에서의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신비가 가득한 세상의 소리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모어, <남준 오라버니와 끼순이>
모어는 돈도 페니스도 없이 전라도 끄트머리에서 간신히 ‘끼‘만 가지고 상경한 끼순이
이천 년 전 남준 오라버니가 달에 두고 온 요강에 오줌을 싼다
쉬 쉬 오빠 이건 이천 년 된 오줌이에요
그의 발자취를 지르밟다 항문을 닦고 티비를 보며 내뱉는다
오빠 나 지금 너무 시원해
Yesterday, I wear high heels in down stairs
Today, I wear toe shoes in up stairs.
Tomorrow, I shall wear More bautiful dress and meet you in low and high places.
I’m there yet I’m not there
모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낮은 곳에서 힐을 신고 높은 곳에서 토슈즈를 신는 그는 무용과 드랙, 주류와 비주류에서 꾸물거리거나 뜀박질하고 있다. 자서전 『털 난 물고기 모어』를 썼고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가 2021 부산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고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6. TV 정원 탐조
일시 : 2025.7.20.일. 10:00-12:30
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일대
참여: 사전 예약 권장 (무료)
7. 하은빈, 즉흥 움직임 워크숍 <플러스-마이너스: 기억하는 시간과 망각하는 몸짓>
일시: 2025.7.20.일. 14:00-18:00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1층 전시장과 랜덤액세스 홀
작가: 하은빈
참여 : 사전 예약 권장 (무료)
백남준은 비디오테이프가 ‘플러스’ 정보 즉 기억의 매체이며 “너무 많은 정보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되어 보존”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용은 ‘마이너스’ 정보 즉 망각의 매체다. 몸짓은 시간 속에서 매번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남준의 비디오 속에서 춤추며, 혹은 몸 위에 투사되는 영상과 함께 움직이며 우리의 몸에 들어있는 시간의 ‘플러스’ 차원과 ‘마이너스’ 차원을, 즉 기억하기와 망각하기를 뒤섞는다. 백남준은 “전자 메모리가 망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했지만, 여전히 – 그리고 언제까지나 - 우리에게는 몸이 있다. 유한하고 불완전하며 끊임없이 시간 속에서 잊히는 몸이. 현재의 지평에서 끝없이 다시 열리며 미지의 시간 속으로 새로이 ‘임의접속’하는 몸이.
하은빈은 글을 쓰고 공연을 한다. 산문집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을 썼고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우리말로 옮겼다. 공연 <단명소녀 투쟁기> 등에서 움직이거나 움직임을 만들었다. 불구의 몸, 상한 마음, 잘못한 사람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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