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은 1983년에 쓴 글 “굿모닝 미스터 오웰 초안”에서 <트랜스애틀랜틱 촛불 피드백>이라는 퍼포먼스를 변형해 적용했다. 이 개념은 본래 킷 갤러웨이와 셰리 라비노위츠가 고안한 것으로, 프랑스 파리에 있는 카메라가 촛불을 촬영해 뉴욕으로 영상을 전송하면, 뉴욕에서는 다시 그 송출된 이미지를 촬영하여 다시 파리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시간 딜레이가 생기는 환상적인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냈다. 백남준은 이 피드백 현상을 두고 “전자적으로 파리와 뉴욕의 거리를 1/2인치로 압축한 것”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단일 이미지 안에 존재하는 아주 미세한 공간적 거리조차 수백만 마일에 달하는 전자적 여정을 상징할 수 있다고 보았고, 이 작업을 "라이브 SF 영화"라고 명명했다. 물론 이 과정의 이면에 인공위성기술이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현상을 작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고 있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마법 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2025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을 맞이하여, 우주와 지구의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공상과학 시리즈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백남준에게 동시대의 메시지를 새롭게 발신한다. 시간을 거슬러 1961년 백남준의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을 다시 방문하기도 하고, 여전히 시공간을 연결하는 백남준의 매체 연결성을 탐구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과 글들은 인류와 우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는 데 있어 훌륭한 안내자가 될 것이다.
초청 발표 소개
심상용
“저는 안 좋습니다. 백 선생님”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대표되는 인공위성 생방송을 세 번이나 제작한 바 있다. 전 세계를 연결하여 평화적 소통을 이끌어 내고자 했던 백남준의 위성 생방송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오늘날 팽배한 글로벌리즘과 가속주의 기술문화 등을 재고한다.
신원정
“백남준의 예술 전략에 나타난 현실 변형과 미디어 저항"
이미지 왜곡을 통해 객관적인 현실에 대한 의문 제기, 지배적 미디어 담론에 대한 저항, 권력 구조의 해체 및 기술 매개 경험의 파편화를 반영하는 비판적 전략을 펼친 백남준의 미술 실천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동시대 미술에서도 유비를 찾을 수 있다.
마르티나 무니브라나, 올가 마이센 린, 단 오키
“연결하기: 백남준의 미디어 커넥션의 시적인 흐름”
백남준은 예술적 비전을 통해 오늘날 미디어 실천에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연결성과 시적 흐름은 동시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상상력의 원천이다. 큐레이터리얼 실천의 관점에서 백남준의 미디어 전략을 재조명하며, 예술과 기술, 인간을 잇는 창조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백남준-라이브 SF 영화>는 2025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의 특별 세션으로 백남준아트센터와 협력하여 기획되었습니다.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은 예술, 과학, 기술이 만나는 다학제적 교류의 장으로, 논문 발표, 워크숍, 키노트 등 다양한 학술 행사와 연계 프로그램이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입니다. 올해 제30회를 맞이하여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대학교, 서강대학교, 예술의 전당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최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ISEA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isea2025.isea-international.org/
백남준-라이브 SF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