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댄스 : 달리는 늑대들>은 이미 전시되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산으로 간 펭귄>을 보조하면서 주어진 경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퍼포먼스 프로그램이다. ‘미지로의 우연한 이탈’이라는 탈주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으로 가득한 전시에 더하여 이번 프로그램은 공간 자체를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미개통의 구역으로 바꾸려는 ‘생성과 놀이의 공간화’에 그 뜻을 두고 있다.
백남준은 일찍이 ‘무빙 씨어터(moving theatre)’라는 개념을 통해 ‘예술의 유목화’를 시도하였고, 그 핵심으로 ‘뇌에 저장할 수 있는 음악, 시, 춤”(1980)을 강조하였다. 지난 세기에 형성된 다양한 축선들 사이에서 전문화가 사회적 순환을 방해했던 것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삶의 원형적인 에너지에 감염될 수 있도록 모태적 공간으로의 역행을 통해 문화적 순환을 시도하려 한 것이다. 즉 내일의 긍정적 습관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순환과정에서 퍼포먼스가 야생의 힘으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화적 순환 과정을 미술관에 도입하는 시도이며, 일종의 ‘미술관 재습격’에 가깝다. 왜냐하면 이미 미술관의 정적인 구조에서 여러 협업을 통한 미세한 발현의 시도는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이번 기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의 춤추는 신체가 시각적인 인식론이 아니라 감염적인 주제론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즉 자연적인 몸과 사이보그 사이를 유랑하는 신체가 새로운 리듬과 음악 그리고 변신 속에서 융합을 향한 뜻밖의 질주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달리는 늑대들’은 바로 북방 유라시아 초원을 질주하는 신체, 동물화하는 신체를 뜻한다.
<오픈 댄스 : 달리는 늑대들>은 초원을 미술관 공간으로 호출하고 접속하려 한다. 1984년 오웰의 디스토피아를 실재적 유토피아의 퍼포먼스로 바꾼 다음, 백남준은 요셉 보이스와 함께 달과 늑대가 있는 초원의 대지의 힘을 불러냈고, 그 대지적 풍경의 퍼포먼스로 우리에겐 이미 잊혀진 유목민의 상징적 신성을 표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와 같이 초원의 길 없는 길을 달려가는 늑대무리의 질주와 같은 정념을 의도하고 있다. 저멀리까지 전달되는 초원의 노래이자 광대의 춤, 어느새 따라 불리는 사도의 음악이자 사회적 교란을 통해 더 큰 지혜를 설파하는 바보의 장난 같은 것이라고 봐도 좋겠다.
백남준의 유목적 세계가 가진 그 폭과 강도에 근접조우하며, 이를 미술관이란 체험 – 공간에서 야생적 생명의 리듬의 춤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로 관객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무빙 씨어터>는 관객들에게 예술의 약속을 어길 수 있는 위반의 자유와 참여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 역시 ‘해방된 관객’이 어떻게 자신의 춤을 상상하고 직접 추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백남준아트센터의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이 그와 같은 예술의 유사요법적 방법에 의해 동시에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안무적 직조술의 대명사 정영두와 두댄스씨어터는 봄과 보임, 들림과 들리지 않음 사이에서 어떻게 감각을 확장시킬 것인가.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의 신데렐라 김명신은 신체의 미세한 징후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어떻게 빛의 입자로 반죽할 것인가. 다원예술의 기대주 정금형의 분열적 신체에서 솟아난 자웅동체는 어떤 기묘한 조작으로 욕망의 모험을 감행할 것인가. 감각적 다이내미즘이 발군인 김보라는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 집단인 LDP무용단과 함께 어떻게 공간을 휩쓸며 에너지의 파도를 일으킬 것인가. 비유기적 안무의 감각 논리가 탁월한 이나현이 불러내는 굴곡진 몸은 유동하는 공기를 어떻게 미분할까.
이들은 미술관 안팎에서 카오스를 일으키며 모든 한계를 시험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장소에 구애됨 없이 공간을 활용하고 관객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백남준의 ‘무빙 씨어’ 개념을 새롭게 작동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시각적인 페티시즘의 한계를 넘어선 퍼포머티비티 – 누군가의 말과 행동을 적극화하고 역동화하는 퍼포먼스의 본질 – 이야말로 그가 플럭서스 시절부터 비디오아트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탐문해 온 화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의 실행은 백남준 아트의 정수를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시 체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7/17 - 18 정영두 <점(點), 1에서 100사이>
점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마치 무언가 시작하는 것 같기도, 끝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살아있는 것 같기도, 죽은 것 같기도 하다. 그 무한한 가능성과 한계들을 나는 점에서 느낀다. 점을 통해 만들어지는 몸과 움직임을 만나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이야기가 있지 않다. 순간순간 이야기나 정서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그것들이 작품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점을 통해 몸과 움직임이 어떠한 해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작품이다.
안무 _정영두 / 출연_전미라, 정영두 / 음악_이일우(파리, 생황), 최세나(리코더) / 작품길이_30분
정영두 - DOO Dance THEATER 대표, Kyoto International Dance Workshop Festival 강사 (2006-2009), 월간 <몸>지 선정 올해의 예술상 안무가상 수상(2005), 문예진흥원 신진예술가지원부문 수혜(2005),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솔로 앤 듀오 컴피티션 요코하마 문화재단 ‘대상’ 및 주일 프랑스대사관 ‘특별상’ 수상(2004)- “인문학적 성찰에 뿌리를 둔 작품을 짤 수 있는 드문 안무가”로 평가받고 있는 정영두는 연극과 춤, 언어와 몸 사이에서 구체의 형이상학을 실현시킨다.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안무가로서 많은 젊은 무용가들의 역할 모델이기도 한 그는 최근에는 공간성에 관심을 두고 한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채롭게 그 결을 펼쳐가고 있다.
7/24 – 25 김명신 <Alice in Panic Room>
만약 당신의 아이를 학대한다면 아이는 매일 밤 하얀 토끼와 놀게 될 것입니다.
연출_김성철 / 안무_김명신 / 조명 및 영상_김성철 / 출연_김명신, 김성철 / 음악_Aphex Twin / 효과음_남상원 / 의상_성민경
김명신- 한성대 무용과 졸업, 안애순무용단 단원(2003 – 2007),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R ‘French Embassy Prize for Young Choreographers’ 수상(2006)- 단지 한 차례의 습작을 거친 후, 바로 국제적 안무대회에 입상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김명신은 신체에 잠재되었다가 도약하는 베르그송 식의 시간여행을 단숨에 포착한다. 시각예술 프로젝트 레이어 원(2008) 오프닝에서 설치작품과 어우러져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으며, 스튜디오 공연 등 각종 실험적 작업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7/31 – 8/1 이나현 <Space in Move>
언제부터인지 나는 춤을 만들고 춤을 감상할 때 무용수의 몸의 형태보다 몸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과 그 공간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하나의 건물과도 같이 지어지고 해체되고 이동하며 변형된다. 이를 통해 전달되는 공기의 파장이 곧 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구성_이나현 / 출연_UBIN Dance 단원
이나현-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현, UBIN Dance 대표, 안무가 오스트리아 린츠 도립무용단(2000), 스위스 제노바 시노피아 무용단(2001), 스위스 취리히 벤투라 무용단(2001), 독일 사르브르큰 주립무용단(2001)에서 활동, 독일 슈투트가르트 솔로탄츠 페스티벌 최우수 무용가상 수상(2004)
8/7 – 8 정금형 <7가지 방법>
몸으로 애니메이션 만들기, 사물과 몸의 관계를 탐구하며 몸의 움직임으로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방법을 연구한다. 오브제와 몸, 움직임과 인형의 접점에서 분열된 신체의 에로틱한 탐닉은 욕망과 시선의 한계를 시험한다.
구성 및 출연_정금형
정금형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전문사 졸업, 호서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연기 전공), 페스티벌 봄(2009, 2010), 캐나다 Center A Presents ‘Vampire Love Ball’(2009), 영국 Chapter Art Center – November Theater Program(2009), 폴란드 ‘Teatromania’ Theatre Festival(2010) 공연- 정금형은 몸과 오브제 사이에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고 있으며 특히 독특한 소재의 인형을 개발하여 신체와 결합시키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렉처 퍼포먼스의 활용을 비롯하여 설치작가 잭슨 홍과 공동작업 등 끊임없이 새로운 모색을 시도 중이다.
8/14 - 15 김보라 <Free Will>
우리의 감각은 모두 동일할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감각에너지가 생성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감각의 일부가 상대방의 재해석으로 인해 또 다른 흥미와 흥분, 형태의 변화로 극대화되고 그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자유의지에서 분출되지만 역설적 의미의 그것으로 도출된다.
출연_김보라, 김성훈, 김봉수, 양주희, 박상미
김보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및 전문사 졸업, 현 충남예고 및 단국대 강사, LDP무용단 단원, 동아무용콩쿨 동상 수상(2008), 충남무용제 안무우수상 수상(2008, 2009), 아일랜드 Daghdha Dance Company(2006), 스위스 Alais Dance Company(2007)에서 활동- LDP 무용단에서 다재다능한 끼를 발산해 온 김보라는 미술관 퍼포먼스나 임프로비제이션 프로젝트에서 특유의 순발력과 다이내미즘으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LDP무용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미술관, 속을 뒤집다”에 참여하여 아이디어와 공간 활용 감각을 발휘한 바 있다.
오픈 댄스 : 달리는 늑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