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선물 16’ 《초-공간: 모든 것은 지금과 여기가 되려고 한다》는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40주년을 맞이하여 미디어아트가 매개하는 초월적 공간과 인지 경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심포지엄은 ‘초-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 혹은 데이터로 구성된 공간에서 인지가 확장되는 경험과 현상으로 바라본다. 백남준의 비디오 작업과 디지털 기술 환경을 통해 ‘초-공간’에 대해 논한다.
1984년 1월 1일 백남준은 방송위성을 활용해 미디어아트를 전 세계로 송출하며 예술 감상을 위한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백남준이 1974년 제시했던 ‘전자초고속도로’의 시대인 현재의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창작과 인지 환경을 제공한다. 물리적 공간과 데이터 공간이 한 시각 프레임에서 결합되고, 데이터 공간이 제공하는 가상현실이 새로운 경험을 촉발하고, 인공지능은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차원의 인지 환경을 제공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의 예술경험은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의 경계를 넘고, 나아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초-공간’을 촉발한 백남준의 위성과 텔레비전 작업과 현재의 미디어아트가 매개하는 예술 경험에 대한 연구를 공유한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재편될 사회를 예측했던 백남준은 미디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집단이 예술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디어를 매개로 하는 예술활동은 시공간의 틀을 해체하고, 새로운 인지와 창작을 통해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우리가 겪은 변화와 현상, 그리고 미래에 마주할 예술경험을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학술 심포지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대학 예비예술인 현장연계지원사업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수행된다.
발표자 소개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
레프 마노비치는 예술가이자 작가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지털 문화 이론가 중 한 명이다. 현재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이자 문화분석연구소(Cultural Analytics Lab)소장이다. 회화, 건축, 영화 제작 등을 공부한 마노비치는 1984년부터 컴퓨터를 사용하여 디지털 아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디지털 문화(1991-), 소프트웨어학(2001-), 문화분석학(2007-), AI 미학(2017-) 등 이 네 가지 새로운 연구 분야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셜 매클루언 이후 가장 도발적이고 포괄적인 미디어 역사서’로 불리는 『뉴미디어의 언어The Language of New Media』,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Software Takes Command』, 『인스타그램과 현대 이미지Instagram and Contemporary Image』, 『문화분석학Cultural Analytics』, 『인공 미학Artificial Aesthetics』 등 190편의 논문과 16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그의 프로젝트는 런던의 현대미술학회, 퐁피두 센터, 상하이 비엔날레,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ZKM) 등 여러 저명한 기관에서 14회의 개인전과 1,242회의 국제 단체전을 통해 전시됐다.
신춘성
신춘성은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미디어콘텐츠·컬쳐테크전공)에서 미디어와 기술 융합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능형 환경에서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의사결정 방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문화기술 R&D PD를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로 혼합현실 공간에서 지능형 콘텐츠 매쉬업 연구, 개인창작자를 위한 메타버스, 공간컴퓨팅 환경에서 세대 공감을 위한 공감형 콘텐츠 연구 등 인간의 감각과 경험을 향상하기 위한 문화X기술X예술 융합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상희
상희는 평면 매체뿐만 아니라 VR, 사운드 퍼포먼스, 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입력이 가상세계로 출력될 때, 또는 가상세계를 경유하여 현실세계로 재출력될 때 경험하는 간극과 정서들에 주목한다. 비디오 게임이 플레이어의 행위를 독려하는 매카닉을 미술 작업에 차용하고자 게임 디자인을 연구한다. 대표작인 인터랙티브 VR <원룸바벨>으로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뉴애니메이션 부분 특별상을 수상하고, 베니스 이머시브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낸시 베이커 케이힐Nancy Baker Cahill
낸시 베이커 케이힐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예술가이자 확장영화 제작자다. 그녀의 하이브리드 작업은 체계적 권력, 의식, 인체 등을 다룬다. 그녀는 연구 기반 몰입형 경험, 비디오 설치물, 드로잉 역사에 기반한 블록체인 개념 프로젝트 등을 제작한다. 그녀의 기념비적인 증강현실(AR) 작품은 대지 미술의 계보를 확장하고 전복하며, 생태학적 상상력, 공민학, 평등한 미래를 향한 열망 등을 강조한다. 케이힐은 현장 개입, 저항, 포용적인 창의적 표현을 탐구하는 무료 증강현실 공공 예술 플랫폼 〈제4의 벽4th Wall〉의 창립자이자 예술 감독이다. 또한, 그녀는 베르그루엔 연구소(Berggruen Institute) 출신 예술가 학자이자 테드엑스(TEDx) 연사다. 2021년에는 윌리엄스 칼리지 200주년 기념 명예 메달을 받았고, 로스앤젤레스시의 마스터 아티스트 펠로우십에도 선정됐다. 2022년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예술 및 기술 지원금을 받았고,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하버드대학교 메타랩(metaLAB)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케이힐의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휘트니 미술관(뉴욕주 뉴욕), 예술과 역사 박물관(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루벨 패밀리 아트 컬렉션(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제로엑스 컬렉션(체코 프라하) 등에 소장되어 있다.
크리스 폴슨Kris Paulsen
크리스 폴슨 박사는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몰입형 컴퓨터 미디어를 주로 다루는 현대미술 전문가다. 또한,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있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미술사학과 및 연극, 영화, 미디어예술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녀의 연구는 텔레프레젠스, 가상성, 인공지능 등을 주목하면서, 예술과 공학의 교차점을 추적한다. 자신의 저서 『여기/저기: 텔레프레젠스, 접촉, 그리고 인터페이스에서의 예술Here/There: Telepresence, Touch, and Art at the Interface』(MIT Press, 2017)에서 인공위성 예술을 비롯한 백남준의 작품에 대해 광범위하게 저술했으며, 『초기 비디오와 실험영화 네트워크Early Video and Experimental Film Networks』(Presses du reél, 2017)에서는 백남준이 메사추세츠주에 소재한 공영방송국 WGBH에서 제작한 작품을 다뤘다. 또한, 출간 예정인 저서인 『새로운 텔레비전: 텔레비전 이후의 예술The New Television: Art after Television』(MIT Press, 2024)에서는 초기 비디오 신디사이저와 생성형 이미지 제작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민경소
민경소는 글로벌 근현대미술사와 미술이론을 연구하며, 주요 관심사는 테크놀로지 기반의 동시대 미술에서의 언어와 (탈)번역, 그리고 포스트휴먼과 불구 신체성의 미래이다. 백남준의 위성 작업을 동아시아 뉴미디어 미술에서 탈번역적 소통의 기원으로 제시한 논문으로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미소니언미국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그리고 서울대학교 규장각 국제한국학센터의 펠로를 지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사를 강의한다. 최근 논문으로 「관계의 중첩으로서의 보행: 자넷 카디프와 조지 뷰레즈 밀러의 〈워크Walks〉 연작 연구」(2023), 「장영혜중공업의 사용자-비친화적 텍스트와 불능의 읽기」(2022), 그리고 「신체 특정적 시간: 미야지마 타츠오의 체현된 보이드」(2022)가 있다.
초-공간: 모든 것은 지금과 여기가 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