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처음 세상과 조우한 백남준의 〈로봇 K-456〉은 유럽과 미국을 돌며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로봇 오페라》라고 이름 붙여진 거리 공연에서 백남준은 리모트 컨트롤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샬럿 무어먼은 첼로를 연주하며 로봇과 함께 오페라 공연을 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로봇은 소리를 내고, 뉴욕 거리를 걷기도 했고, 시장경제에도 기여하는 다양한 세상살이를 이어갔다. 1982년 여름날, 미술관 앞에서 길을 건너던 로봇은 〈21세기 최초의 참사〉라고 명명된 교통사고로 인해 그 생을 마감했다. 이후에 거리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오늘도 미술관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상영회
로봇 오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