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제3회 뉴욕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서 백남준과 샬럿 무어먼이 〈생상스 테마 변주곡〉(1964)을 공연하는 모습이다. 투명한 셀로판 가운을 입은 무어먼이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1886) 중 〈백조〉 첫 몇 마디를 연주하다가 돌연 첼로를 내려놓고 물이 담긴 커다란 드럼통으로 걸어간다. 사다리를 타고 통에 올라가 그 끝에 잠시 걸터앉아 있다가 이내 통 안의 물로 뛰어든다. 그리고 흠뻑 젖은 상태에서 첼로로 다시 돌아와 곡의 나머지 부분을 연주하는 것이다. 사진 앞쪽에서 드럼통을 잡고 있는 백남준은 무어먼이 통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과정을 도왔다. 어느 글에서 백남준은 자신의 생애 마지막 날 듣고 싶은 음악이 너무도 많다면서, “데이비드 튜더가 연주한 존 케이지의 〈겨울 음악〉, 혹은 베토벤의 〈봄 소나타〉 2악장, 혹은 샬럿 무어먼이 연주한 생상스의 〈백조〉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