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습작 드로잉은 마치 어린 아이의 것처럼 짐짓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내는데, 이 작품에서처럼 여러 색의 선을 마구 긋고 그 위에 몇 가지 대상들을 즐겨 그렸다. 그 중 하나가 태양을 닮은 꽃 모티프로, 잎사귀에 꽃술 혹은 음표가 매달려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겹겹이 중첩된 선들의 필치는 야생의 원초적 느낌을 준다. 좌측 상단에 “에덴”이라 써 놓은 것을 보면 아마도 낙원처럼 달콤하면서 동시에 고뇌가 수반되는 삶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