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보이스의 뒤셀도르프 집에서 1967년 장피에르 빌헬름이 해프닝 형식으로 자신의 예술계 은퇴를 선언했던 자리를 기록한 사진이다. 백남준은 「보이스 복스」(1986)라는 글에서 이 사건을 그 해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꼽았다. “이미 50대 나이로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자각한 그는 나와 샬럿이 함께 기거하던 보이스의 집으로 사진작가 만프레드 레베를 동반하고 찾아왔다. 그는 대화를 나누던 중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미술계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그 장면은 레베 박사가 찍은 사진으로 남아 있다. 빌헬름이 돌아가고 나서 보이스, 샬럿과 나는 웃으면서 ‘저 늙은이가 왜 이렇게 유치한 연극을 해야 했을까?’라며 놀렸는데 그는 이듬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백남준은 빌헬름 없이 플럭서스는 존재할 수 없었으며, 자신의 생애에 세 번이나 전환점을 마련해준 인물이라고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