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만프레드 몬트베가 찍은 〈쿠바 TV〉 사진이다. 이 전시에서 백남준은 13대의 실험 텔레비전을 선보였는데 그 중 〈쿠바 TV〉는 녹음기와 연결된 텔레비전으로 흘러 들어오는 음악의 주파수에 따라 보이는 이미지가 달라지도록 한 것이다. 제목 ‘쿠바’는 1962년 10월 22일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소련제 군사 무기의 쿠바 수송 봉쇄 명령을 내리면서 핵전쟁 발발 위기가 일주일 동안 지속되었던 사건인 ‘쿠바 미사일 위기’를 암시한다. 소련이 쿠바 혁명을 지지하면서 쿠바에 핵탄두 미사일 발사 기지를 건설하려는 시도에 대해 미국이 반격한 사건으로, 결국 소련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가 당초 계획을 무효화하면서 미국과 타협하기에 이르렀고 양국이 평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백남준은 《음악의 전시》 불과 몇 달 전에 일어났던 이 쿠바 사태에서 모티프를 얻어, 녹음기의 음파가 진동할 때마다 TV 모니터의 파장이 동조하도록 결합한 실험 텔레비전을 제작하였다. 한 켠에 “피델 카스트로와의 전쟁, 침략이 시작되다”라는 헤드라인의 『빌트 자이퉁』 1961년 4월 16일자가 금장 액자로 표구되어 전시되었다. 〈쿠바 TV〉 위쪽에 걸려 있는 것은 갤러리 주인인 롤프 예를링이 원래 걸어 두었던 라울 우벡의 편암 부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