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만프레드 몬트베가 찍은 〈랜덤 액세스〉 사진이다. 전시장 지하실 공간에 두 개의 무릎 높이대 위에 수평으로 60cm 길이의 판지 롤러가 모터로 돌아가고 있다. 롤러 위를 폭 50cm의 천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가는데, 천 위에는 스풀로부터 풀어낸 녹음테이프를 여러 길이의 조각들로 붙여 놓았다. 이렇게 두 벌의 천 컨베이어 벨트가 놓여 있는 사이 중간 벽면에도 테이프 조각들을 붙여 놓았는데 마치 복잡한 도로 지도처럼 보이기도 했다. 관람객은 재생 장치에서 분리된 금속 헤드로 이 설치물들에서 원하는 테이프 부분을 훑어 녹음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훑는 속도나 방향에 따라 비틀린 전자음악 같은 갖가지 소리가 났다. 기계가 순차적으로 재생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몸을 움직여 임의의 원하는 부분을 듣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 작품은 〈랜덤 액세스〉라고 불렸다. 토마스 슈미트, 페터 브뢰츠만이 이 작품을 시연 중인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