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존 케이지가 죽자 백남준은 원화랑에서 케이지를 추모하는 전시를 열었고 서천의 부채장인 이한규가 만든 부채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검은색 큰 부채 면에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귀거래’를 흰 색으로 썼다. 소규모로 열린 추모전을 위해 백남준은 이 부채를 비롯해 “온다 간다 다시”와 “바람바람” 같은 글귀가 적힌 서예 작품, 그리고 관련 소품을 몇 점 새로 제작하였다. 추모 글에서 백남준은 케이지와의 만남 이전을 기원전 (B.C. 케이지 이전), 케이지가 죽은 다음을 기원후(A.D. 죽음 이후)라고 할 만큼 자신의 인생에 케이지가 끼친 지대한 영향을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