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만프레드 몬트베가 찍은 〈장치된 화장실〉 사진이다. 화장실 변기 앞에는 거울이 있고 머리 위에는 석고 두상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페터 브뢰츠만이 변기 위에 앉아 그 석고 두상과 정수리를 맞대고 앞쪽의 거울을 보면 눈 네 개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백남준은 1965년에 쓴 〈교향곡 5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월 3일 14시 68분 − 21시 00분 08초: 이 천재 페터 브뢰츠만(독일연방공화국)처럼 ‘장치된’ 변기에 앉아서 일곱 시간 동안 보들레르 전집을 읽어라. 혹은 변기에 앉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스토옙스키)을 읽기 시작해서 다 읽기 전에는 나오지 마라!!” 이 구절 옆에는 《음악의 전시》 당시 〈장치된 화장실〉에 앉아 있는 페터 브뢰츠만의 사진과 함께 전시 리뷰가 실린 1963년 3월 15일자 부퍼탈 지역신문 기사가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