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은 예술적 발상이 떠오를 때마다 읽던 책의 여백이나 레스토랑의 냅킨 위처럼 그 순간 이용 가능한 지면에 서슴없이 기록해 나가기도 했지만, 수첩이나 공책에 작정하고 축적해 나가기도 하였다. 이 드로잉 북은 그의 기술적 협력자였던 아베 슈야가 기증한 것이다. 백남준은 특유의 안테나 달린 텔레비전 수상기의 단순화된 형태를 스케치북에 크게 그리고 그 안에 아베 슈야(阿部修也)의 이름을 네 쪽에 걸쳐 한 자씩 적었다. 이후 ‘색(色)’을 여러 페이지에 다양한 색상으로 반복해 적고 마지막에는 텔레비전 수상기 그림 안에 “고맙습니다(THANX)”라는 글을 남겼다. 드로잉 북 한 권을 온전히 아베에게 바치는 작품으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