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자신의 팔뚝에 퍼포머를 위한 지시문을 적은 것을 찍은 사진이다. 지시문은 다음과 같다.
1.어떠한 옷이든 액세서리든 상관없으니 검정색의 무언가를 입어라.
2.항상 관객들 사이에 있어라.
3.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절대 이것이 퍼포먼스임을 들키지 마라.
4.당신이 퍼포머인 게 밝혀지더라도 퍼포먼스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비밀을 유지해라.
5.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움직여라. 하지만 앞뒤로, 그리고 양 옆으로 걸어라.
퍼포머는 검은 옷을 입고 관객들 사이에 섞여 정해진 스텝을 밟으며 움직이는데 퍼포머가 작품을 공연하는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도록 은밀하게 이를 수행하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퍼포머에게 주어진 디렉션은 검은색의 무언가를 입고 관객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이 평범한 움직임은 전시장에서 모두가 취하는 제스처에 불가하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한편 이 작업을 하면서 작가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요소 즉 “관객 자체가 퍼포머가 되고, 그 퍼포머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객이 존재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 관계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난해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작품과 관객의 관계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의 여지와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관객들 역시 작품과의 틈을 통해 스스로 무한한 해석을 부여하고 서로를 관찰하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