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민은 현미경의 미시와 망원경의 거시를 아우르는 양안으로 통상적으로 감각되지 않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일상적 삶에 내재된 균열 속 파편들을 표현한다. <버섯의 건축>은 2017년에 일 년간 제주 곶자왈 숲속 버섯을 낮은 시선과 느린 움직임으로 관찰한 영상에 건축에 대한 국내외 건축가 13명의 내레이션을 결합한 작업이다. 버섯은 유기물을 분해하며 양분을 섭취해 살아가는 균류로 숲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생태적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 버섯은 기둥과 지붕이라는 건축적 구조를 압축적으로 가진 생명체이다. 대량생산의 결과로 사라지지 않은 물질이 인류와 자연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이 작품은 버섯의 소멸과 생성을 건축의 다양한 화두에 대조하거나 겹쳐 놓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상상하게 한다.
작가는 “부분을 살피면서 전체를 가늠”하고자 한다. 숲속에서 버섯보다 “낮고 느린 움직임으로 큰 숲을 가늠하고 큰 세계를 상상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숲속 바닥의 버섯을 관찰하면서 우리는 자연이 구축한 구조와 인류가 구축한 건축을 떠올리고 그 붕괴와 소멸에 대해 사유할 수 있다. 이렇게 <버섯의 건축>은 인류세를 관통하는 찰나에 필요한 시적 통찰과 감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