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아는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인공지능 및 기계적 시스템에 관한 작업을 해왔다.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기계인형 ‘가이아’에게 관객이 질문을 하면 가이아가 센서를 통해 인식한 음성 정보에 반응해 대답하는 작품으로, 아직 온전히 완성되지 않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다룬다.
가이아란 대지의 어머니이자, 스스로 조절하며 상호작용하는 지구를 칭한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자기조절 능력을 가진, 즉 모든 생명체와 무생물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에너지를 보충하는 유기체로 본다. 자기조절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지구의 생명체를 동경하여 ‘가이아’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기계인형은 반은 사람, 반은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단순한 질문에도 꽤 복잡하고 철학적인 대답을 한다. 관객들은 가이아의 예상 밖의 대답에 당황하며 기계인형과의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관객의 질문이 단순하고 한정된 것에 비해 가이아의 대답은 오히려 풍부하다. 관객과 가이아의 대화만을 놓고 보면 빈곤한 상상력은 오히려 인간의 영역인 것처럼 느껴진다. 완성되지 않은 인공생명체는 여전히 아기 같은 단계지만 관객과의 대화를 학습하여 놀라운 속도로 자라나며, 어느 순간 자기복제 능력을 갖추고 우리를 지배하는 여왕, 가이아가 될 수 있다. 원본(인간)보다 우수한 복제물(기계)을 목도하게 될 인간의 반응을 흥미롭게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기꺼이 가이아와의 대화에 응하고, 가이아의 풍부한 사유에 반응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작가는 원본과 복제물인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가 경쟁과 대결보다는 오히려 공진화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