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적 추출>은 동명의 영상과 더불어 <생태계>, <시시포스 데이터셋>, 그리고 1개의 설치 <신선한 돌>로 구성되어 있다. <유토피아적 추출>은 4대강 사업으로 생성된 거대한 모래산, 간척 사업에서 사용할 토석을 조달하기 위해 파헤쳐진 새만금 해창석산 등의 현장이 담긴 32분 길이의 영상 기록이다. 언메이크랩은 인간의 목적에 따라 추출, 변형되면서 결국 엇비슷한 모습을 갖게 된 자연의 현장을 배회하고 그곳에서 외곽이 깨어진 돌들을 가져왔다.
언메이크랩은 옮겨온 돌들을 “돌의 입장”에서 역사와 여정, 인간의 욕망을 저장한 미디어라고 보고, 돌 이미지들로 데이터셋을 구성했다. 인공지능 학습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적은 데이터 양을 부풀리는 전처리 과정, 데이터 증강을 거쳐 25장이 1만장의 데이터로 증폭되었고 작가는 이를 ‘시시포스 데이터셋’으로 명명한다. 이 데이터로 이루어진 영상 <시시포스 데이터셋>, 인공지능의 시각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영상 <신선한 돌>에 등장하는 돌은 인간 중심적 서사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기술을 탈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은유다. 또 다른 영상 <생태계>에서는 작가 스스로가 퍼포머로 등장하여 이리저리 몸짓을 바꾸는 동안 이를 얼룩말, 쿠션 등 각기 다른 객체로 읽어내는 인공지능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언메이크랩은 인간의 인식체계 바깥에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의 “참신한” 가능성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