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는 잠수부들이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감각 차단 탱크(sensory deprivation tank)’ 시뮬레이션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은 “감각이 박탈된 상황에서 몸을 극단적으로 확장시키는” 탱크 사용자의 매뉴얼을 낭독하는 서두를 거쳐 세 파트로 구성된다. 사망한 여성 잠수부 송여름의 훈련 일지와 시뮬레이션 영상을 그대로 다시 따라가는 작품 속 화자는 “몸이 물이 되고 물이 내가 되는” 감각적 마비 상황을 경험한다. 이후 그는 시뮬레이션 과정 도중 기억 상실을 겪는다. 과거와 미래, 현재의 시점이 압축되고 기억나지 않는 과거가 영상으로 기록되어 눈 앞에 나타나자 그는 감각과 시간이 모조리 혼돈된 상태에 빠진다. 세 번째 파트에서 케이팝(K-pop) 안무를 몸에 장착하여 자동으로 춤을 춤으로써 신체를 ‘자동화’시키려는 멕시코의 한 컬트 집단 이야기는 탱크 속에서 경험하는 신체 감각과 유사한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감각 차단 탱크는 디지털 환경에서 경험하는 시간성 혼재와 감각 상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외줄 타기하는 동시대 삶을 은유한다. 디지털미디어, GPS, VR, 페이스 스왑, 게임 이미지들과 푸티지, 촬영된 영상을 이미지와 서사로 결합해왔던 작가는 과연 ‘탱크’ 속에서 경험하는 ‘모드-혼동(Mode-Confusion)’을 탈출하는 매뉴얼이 우리 삶에 작동하는지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