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첫 번째 로봇 작품인 〈로봇 K-456〉은 1964년 《제2회 뉴욕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일본 엔지니어들과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20채널로 원격 조정되는 로봇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8번 B플랫 장조〉의 쾨헬 번호를 따서 이름 붙였다. 이 로봇은 거리를 활보하며 라디오 스피커가 부착된 입으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재생하고 마치 배변을 하듯 콩을 배출하기도 했다. 〈로봇 K-456〉은 백남준과 각종 퍼포먼스에서 함께 공연했고 198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의 회고전에서는 길을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이는 교통사고 퍼포먼스에 등장하였다. 백남준은 이 퍼포먼스를 “21세기 최초의 참사”라 명명하였는데, 이를 통해 기계적 합리성의 허구를 드러내고 인간적 고뇌와 감성을 지녔으며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인간화된 기계를 제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