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TV〉는 오래된 텔레비전의 내부를 비워버린 철제 케이스 안에 촛불 하나를 켜 놓은 작품이다. 텔레비전 내부의 어둡고 텅 빈 공간을 밝히는 촛불은 신성함과 묵상의 경건함을 연출하여 기술과 대비되는 강렬한 시적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동시에 물질을 태워서 빛을 만들고 결국 사라지고 마는 촛불의 소멸 과정을 보여 주어 텔레비전의 전자적이고 비물질적인 속성을 역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또한 텔레비전의 전기적인 빛을 촛불로 대체함으로써 초가 다 타고 나면 계속 새것으로 바꿔줘야 하는 ‘상호작용의 고리’를 만들어 내면서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기술의 본질을 밝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