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의 핏빛 물 속에 머리가 잠기고 양쪽 팔과 한쪽 발이 잘린 채, 나머지 한쪽 발을 욕조 위로 쳐든 마네킹이 들어 있었다. 마치 토막 살인의 현장 같은 섬뜩한 장면을 연출한 이 공간에서 백남준은 검은 옷을 걸쳐 입고 얼굴에 하얀 가면을 쓴 채, 욕조를 내려다 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백남준의 스코어 〈이동 극장〉의 글을 참조하면, 이런 공간 설치와 퍼포먼스는 정치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백남준은 첫 번째 전시에서 정치적 인식과 공포영화의 문법을 결합한 듯한 설치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