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머추너스가 1964년 기획한 ‘플럭스키트’ 개념에 따라 플럭서스 작가들은 작은 오브제나 인쇄물을 사용해 사용자가 게임처럼 실행해볼 수 있는 멀티플 에디션 키트를 제작하였다. 이 키트들은 소형 서류가방에 함께 담겨 판매되기도 했는데, 백남준의 「실험 TV 전시회의 후주곡」(1964)이 실렸던 플럭서스 신문 제3호 『FLuxus cc fiVe ThReE』에 광고가 게재되면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플럭스키트는 로버트 와츠의 〈이벤트〉 박스이다. 71장의 지시문 카드와 한 장의 우표세트가 포함되어 있다. 와츠는 1961년 통속적이고 성적인 이미지로 된 우표세트를 도안하였는데 미술의 맥락에 우표 형식을 사용한 첫 사례가 되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플럭스포스트 17-17〉은 100장의 우표로 된 네 번째 세트이다. 와츠의 우표세트는 일부 혹은 전체가 플럭스키트에 담기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