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에는 채색이 가미된 가로선과 세로선이 마구 겹쳐져 텔레비전 화면의 주사선이나 노이즈 신호처럼 보인다. 그 위에 검은 색으로 헐거운 사각형을 그렸는데, 중앙에 마치 긁어낸 것처럼 흰 색의 짧은 선들이 나타나면서 백남준 특유의 눈, 코, 입이 있는 의인화된 텔레비전 형상으로 보인다. 사각형의 우측 상단 꼭지점에는 안테나처럼 보이는 돌기를 뻗어 나가게 그렸다. 백남준은 이렇게 단순화한 모니터와 안테나의 모습으로 ‘TV 드로잉’을 다수 그렸다. 이 작업은 텔레비전이 방송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 수상기의 형식적 특징, 사물로서의 매체에 주목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