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7월 20일 아헨 공대에서 열렸던 플럭서스 이벤트의 포스터를 백남준이 제작한 것이다. 당시 백남준은 컬러텔레비전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일본에 체류 중이었기 때문에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포스터의 가운데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액션/선동예술/데콜라주 해프닝/이벤트/반예술/자폐예술/총체예술/리플럭서스”라는 긴 제목이 써있고, 백남준은 그 위와 아래에 육필로 “나는 원숭이를 존경한다”라고 영어,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로 적었다. 이 행사가 벌어진 날은 백남준의 생일이기도 한 7월 20일로, 결국 수포로 돌아간 히틀러 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의 20주년이기도 했다. 포스터에서 백남준은 플럭서스 지시문들과 함께, 독재와 폭력의 문제들을 암시하는 알제리 전쟁, 일본 사무라이의 잔인한 고문에 대한 기사나 삽화를 콜라주해 넣었다. 빨간색으로 적힌 “아헨”,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적힌 “카를 대제”는 백남준이 서명과 함께 추가한 단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