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10월 26일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과 마리 바우어마이스터가 함께 기획한 《오리기날레》에서 백남준은 〈머리를 위한 선〉을 선보였다. 그는 머리카락과 손, 넥타이 등에 붓처럼 잉크를 묻혀 바닥에 놓인 종이 위를 기어가면서 천천히 선을 그어서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의 흔적들까지 남겨놓았다. 이 작품은 1960년 라 몬테 영이 쓴 퍼포먼스 스코어 〈컴포지션 1960 10번〉을 백남준 식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영의 스코어에는 “직선 하나를 긋고 그것을 따라가라”라고 되어 있다.
이듬해 8월 9일 비스바덴 시립미술관에서 있었던 플럭서스 국제 신음악 페스티벌에서 백남준은 이 작품을 다시 공연하는데, 잉크와 토마토 주스를 섞은 액체에 머리카락을 적셔 약 4미터(13피트)의 종이 위를 천천히 기어갔다. 이 때의 공연 장면이 영상으로 남아있는데, 이 영상에서는 절제된 강렬한 몸짓으로 진지하게 퍼포먼스를 하는 백남준의 모습과 함께, 이 기발한 장면에 박장대소를 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은 이 퍼포먼스의 결과로 남은 흔적을 같은 제목의 평면 작품으로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