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은 성이 개입된 일련의 퍼포먼스 스코어를 작성하고 퍼포먼스로도 선보였다. 〈젊은 페니스를 위한 교향곡〉(1962)은 10명의 남성이 무대 앞에 설치된 거대한 흰 종이 뒤에 서서 한 명씩 성기로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였다. 이 퍼포먼스는 성이라는 사회적 금기를 깨고 전후 문학운동의 종언을 알린 일본의 이시하라 신타로의 『태양의 계절』(1955)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소설은 남자 주인공이 성기로 방문 창호지를 뚫는 등의 대담한 성풍속 묘사로 일본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고, ‘태양족’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소설 속 젊은 남자 주인공이 창호지를 관통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대상이 여성이었다면, 백남준은 종이를 관통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음악에 있어 성이라는 금기를 깬 사건의 현장을 목도하도록 스코어를 썼다. 백남준은 당대에 엄청난 충격과 논란을 가져왔던 소설 속 장면이 아무리 유럽이라고 해도 곧바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1984년쯤에야 실현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1963년 《페스텀 플럭소럼 플럭서스: 음악과 반음악, 기악 극장》에서 공연을 하려고 했으나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에서 그쳐야 했고, 1975년 켄 프리드만의 기획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비로소 공연될 수 있었다. 이 사진은 1986년에 쾰른 쿤스트페어라인에서 행해진 퍼포먼스 장면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