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머추너스가 1964년 기획한 ‘플럭스키트’ 개념에 따라 플럭서스 작가들은 작은 오브제나 인쇄물을 사용해 사용자가 게임처럼 실행해볼 수 있는 멀티플 에디션 키트를 제작하였다. 이 키트들은 소형 서류가방에 함께 담겨 판매되기도 했는데, 백남준의 「실험 TV 전시회의 후주곡」(1964)이 실렸던 플럭서스 신문 제3호 『FLuxus cc fiVe ThReE』에 광고가 게재되면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키트는 ‘무지개 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에이-오(본명 타카오 이이지마)의 〈플럭스 비 기계〉이다. 봉해진 투명 플라스틱 상자 속에 수분이 들어있어서 상자의 안과 밖의 온도 차로 인해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되어 상자의 표면에 맺히게 된다는 개념이다. 에이-오는 1962년에 〈백남준을 위한 피아노곡 9번〉을 작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