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스 그레오는 그룹 소닉 유스의 기타리스트 리 레이날도에게 레이날도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레이날도는 파리 퐁피두센터 음향/음악연구협력원에 있는 무향실에서 아무 소리 없이 약 35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생각했고, 그레오는 이 ‘침묵’을 녹음했다. 무향실은 잡음과 전자기를 줄이도록 고안된 방으로, 이 침묵의 소리는 아주 정확하게 소리의 범위가 지정된 마이크로 녹음되었다. 그리고 그레오는 레이날도가 곡을 생각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레오의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고려할 때, 이 작품에서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1952)에 대한 오마주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케이지가 연주하지 않는 대신 관객들의 웅성거림으로 공간을 채움으로써 음악에 우연의 요소를 끌어들인 것과는 달리, 그레오는 오히려 기술적으로 잡음을 줄이고 그 절대적 침묵을 관객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소리의 개념적 측면을 부각한다. 즉 무향실의 절대적 침묵과 음악가의 머릿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음악을 대비시킴으로써, 악보와 연주 이외에 음악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사진을 통해 관객의 사유와 성찰을 유도하는 등 관객의 참여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에 대한 작품으로 넘어가는 케이지와 백남준의 중요한 지점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