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텔레비전을 정보 매체로 해석한 백남준의 여러 작품 중 하나인 <달에 사는 토끼>는 TV 모니터와 이를 바라보고 있는 토끼 나무 조각으로 구성된다. ‘옥토끼’라고도 불리는 달에 사는 토끼 이야기는 불교의 전설을 비롯해 동아시아의 여러 신화, 설화에 등장한다. 한국 동요<반달>의 가사 속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도 달나라 월계수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다는 옥토끼를 가리킨다. 백남준의 작품에서 토끼는 자신이 살고 있는 달의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있다. 화면의 달 모양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 달의 모습은 인류가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 20일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처음으로 TV 화면에 담겼으며, 이는 20세기 방송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백남준은 토끼를 시청자 위치에 놓음으로써 상상 속 세상과 현실의 세상을 만나게 하는 텔레비전의 역할을 형상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