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머추너스가 1964년 기획한 ‘플럭스키트’ 개념에 따라 플럭서스 작가들은 작은 오브제나 인쇄물을 사용해 사용자가 게임처럼 실행해볼 수 있는 멀티플 에디션 키트를 제작하였다. 이 키트들은 소형 서류가방에 함께 담겨 판매되기도 했는데, 백남준의 「실험 TV 전시회의 후주곡」(1964)이 실렸던 플럭서스 신문 제4호 『FLuxus cc fiVe ThReE』에 광고가 게재되면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키트는 벤 보티에의 〈살아 있는 플럭스 조각〉이다. 철창에 갇힌 원숭이가 밖을 내다보는 그림이 뚜껑에 붙어 있는 이 상자 안에는 원래 죽은 곤충이 담겨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빈 상자이다. 백남준은 자신의 프랑스 친구들에 대해 쓴 글에서 “플럭서스에 베토벤 같은 존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슈베르트 같은 인물은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가 바로 벤 보티에이다.”라고 쓰면서 그의 솔직하고 순진한 기질을 언급했다. 보티에는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에도 참여했다.